|
|
|
|
|
|
|
|
소는 말이 없습니다. 소는 눈망울로 말을 합니다. 소는 슬플 때 그 큰 눈망울을 꿈뻑꿈뻑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소 팔러 나가는 날 자신이 팔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슬픈 눈으로 주인을 바라봅니다. 주인은 차마 그 소의 눈망울을 쳐다 보지 못합니다.
그래도 소는 주인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중요한 동반자였습니다. 소와 인간은 함께 밭을 일구고 함께 곡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소는 농민의 전부이자 삶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소와 함께 힘든 일을 마치고 나면 소에게 여물을 먹이고 풀을 뜯게 하였습니다. 소는 풀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농경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로 바뀌면서 인간은 소를 자신의 삶의 일부가 아닌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1980년 초반부터 영국에서는 젖소의 우유 생산량을 늘이기 위해서 소에게 먹여서는 안되는 것을 먹였습니다. 양과 소의 장기 뼈 그리고 살코기를 사료로 만들어 소에게 먹였습니다. 소에게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 결과가 바로 광우병이라는 질병으로 소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광우병은 단순히 소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소를 포함한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공포를 낳았습니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신경질적이게 됩니다. 그리고 죽어 간다고 합니다. 스스로 무엇을 먹었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죽어가는 것입니다.
수 많은 촛불이 켜졌습니다. 이렇게 많은 촛불이 켜진지는 효순 미선이를 우리 가슴에 묻고 난 뒤 정말 오랜만에 켜진 촛불입니다. 이번 촛불을 두고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배후 세력 운운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괴담이나 선동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든 촛불을 끄기 위해서 혈안이 되고 있습니다. 촛불을 끄기 위해서 정치 발언이나 피켓이 등장 할 경우 처벌까지 검토하겠다고 으름장 낫고 있습니다. 교육청이나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이 촛불을 들지 못하게 학부모에게 문자까지 보내고 촛불 집회를 하는 장소에 교사들까지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기 위한 안쓰러운 노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이 보기에는 청소년들은 여전히 계몽되어야 할 대상인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촛불을 들고 소의 눈망울을 한번 진지하게 봤으면 좋겠습니다. 소와 교감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초를 켜고 소를 보면서 인간의 탐욕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소가 왜 갑자기 ‘미친 소’로 불리게 되었는지 함께 이야기 했으면 좋겠습니다. 광우병에 걸려 ‘미친 소’가 된 것은 소의 잘못은 아닐 진데 이상하게 소가 꼭 죄를 지은 것처럼 표현되고 있습니다. 소의 고통은 비단 소만의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편리와 욕심 때문에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수 많은 고통들을 소의 눈을 바라보면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광우병’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우리네 모습을 소는 어떤 모습으로 바라 볼까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