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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뒷 통수 맞는다’는 뜻일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친구나 연인에게 뒷 통수를 맞는 일이 간혹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찢어지는 고통을 맛보게 됩니다. 가슴이 너무 아프고 너무 분한 나머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그런 상태까지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믿었던 절친한 친구나 연인에게 발등 찍힐 때는 그와 결별을 하는 아픔을 감수하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운동 내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노동자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면서 대통령 선거까지 준비하고 노동자 대통령 이야기를 하던 민주노동당이 바로 우리 노동자들의 발등을 찍었습니다
2007년 11월 23일 산재보상보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 민주노동당은 당당히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민주노총에서 4대 총파업으로 내걸었던 산재법 전면 개혁의 요구를 알기는 했는지 산재법 개악 내용에 찬성표를 던진 것입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민주노동당 대표는 산재법 개악에 대해서 민주노동당이 찬성당론으로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고, 경남에 방문했던 한 국회의원은 자신이 표결에 참여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법안은 업무상 재해의 인정 범위를 엄격화하여 산재 불승인을 남발하게 만들고, 강제 치료 종결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일을 하면서 치료를 하게 할 수 있으며, 장해연금 받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장해등급 재평가를 하여 연금을 못 받게 만들 수 있는 등 독소 조항이 가득차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근로복지공단 모 지사 직원 조차도 국회에 계류중인 산재법이 통과되면 현재 보다 더 산재받기가 힘들어진다고 이야기 했을까요.. 그러면서 산재법이 통과 안 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냐고 우리에게 충고 아닌 충고까지 할 정도니 그 파급효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공단 직원도 알고 있는데 법안을 만들고 심의하는데 참여했던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님들은 몰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현장의 목소리보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던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에서 발행하는 진보정치 신문을 보았습니다. 날짜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비정규직법안 통과 당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9명 전원이 국회 단상 앞에서 비정규직 법안 반대한다는 플랭카드를 들고 저항하던 아름다운 모습이 찍힌 사진이 있었습니다.
산재법이 통과 될 때 저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순간 제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습니다.
민주노조운동 내부에 노동자 건강권의 문제는 정말 사소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사소한 문제였으면 노동자에게 크나큰 재앙을 가져올 산재법이 통과된 후에도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는 것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만약 비정규직 법안이나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는데 민주노동당이 찬성당론을 정했다고 한다면 아마 민주노동당은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노조운동진영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기 직전 11월 15-16일 민주노총 노안활동가 대회가 있었습니다. 그 대회에서 경남 지역 노안활동가들은 산재법 개악 저지와 전면 개혁 투쟁에 민주노총 지도부가 투쟁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으나 민주노총 한간부는 그 요구에 대해서 “투쟁과 계획만이 능사는 아니다”, “투표 잘 하세요”라는 말로 경남 지역 노안활동가들을 경악케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기가 찰 노릇이자 어이없는 일이었습니다.
역사 앞에 우리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무런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민주노동당도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노총도 책임지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금속 노조도 책임지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사고는 쳐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현재의 민주노조 운동의 기풍인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산재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실의에 빠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수 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더 이상 산재 처리가 안되니깐 회사에게 공상 처리를 요구하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병든 노동자는 이제 소모품이 폐기되듯이 그렇게 될 것입니다.
병든 노동자들은 정부와 자본 그리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조운동 진영에 이렇게 외치게 될 것입니다.
“뼈 빠지게 일했는데 이게 뭐야 ㅆ ㅣ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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