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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편집팀
[67호] ‘허가받은 살인도구’ 석면

‘허가받은 살인도구’ 석면

                                                  이 숙 견 한국노동안전보건부산연구소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 및 내열성이 어느 물질보다 뛰어나 현재까지도 그만한 대체물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1970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건축 자재, 섬유제품, 단열재, 자동차 부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사는 일상생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질. 바로 석면입니다. 그러나 ‘허가받은 살인도구’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 석면은 미량의, 단기간의 노출로도 2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인체에 치명적인 암을 유발할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의 암연구소(IARC)에서는 발암물질 1그룹,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에서는 X등급(발암성이 확인된 물질)로 지정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석면노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였고 이제는 한국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부산지역 석면피해 현황

지난해부터 부산에서는 석면노출로 인해 제일화학 석면공장에서 근무했었던 노동자와 인근 주민의 암발생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부산지하철에서도 석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수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림은 부산지역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석면으로 인한 악성중피종 환자에 대한 10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왼쪽 지도에서 큰 원은 부산지역에 있었던 석면공장의 위치를, 작은 원은 석면으로 인한 악성중피종이 발생한 환자의 거주지를 표시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악성중피종 환자가 석면공장 주변에서 발생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왼쪽 지도에 표시된 세 곳의 석면방직공장 인근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경우 악성중피종 발생의 위험이 6.46배 높았고, 특히 제일 화학 인근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10.23배로 매우 높았습니다.

여기에 올 2월 18일 부산 구평동에서 석면방직공장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제보를 통하여 밝혀지게 되면서 석면이 비단 과거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공장에서 채집하여 분석한 석면원료에서 독성이 워낙 강해 1997년 이미 사용이 금지되었던 갈석면이 검출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구평동 석면방직공장 현장 조사결과 이 업체는 지난 2001년 석면제조허가를 반납한 이후 석면제조 허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약 7년 동안 불법으로 석면방직공장을 가동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공장 노동자들의 경우 최소한의 보호장비인 마스크도 없이 열악한 노동조건에 노출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 역시 석면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장기간 노출되어 온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부산경남지역의 경우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많은 직종인 석면방직공장(과거 있었던 석면방직공장 14개 중 부산지역 9개, 마산 자유무역지역에 있던 수출 “유니온 아스베스토”를 포함하여 경남지역 3개), 조선소, 수입된 석면원료를 하적하는 항만(부두), 자동차 부품공장 등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라 석면으로 인한 피해가 이후 엄청나게 증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부산지역의 석면대응활동과 지역공대위 모색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2월부터 제일화학 피해자들이 모여서 구성한 전국석면피해자모임,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부산지역 석면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부산시청 및 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문제가 드러난 석면방직공장의 노출 노동자 및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와 노출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구평공장과 같은 석면제조공장의 실태파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항의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과천정부청사를 찾아가 환경부와 노동부를 만나서 부산지역 석면문제의 심각성과 석면피해자 보상에 대한 국가책임 등을 제기하며 전반적인 정부의 석면정책에 대한 항의면담을 하였습니다.

물론 국가차원에서 석면문제에 대한 대책마련을 하고 있지만, 현재 문제가 발생한 제일화학과 구평공장에 대한 노출실태조사와 주민노출에 대한 건강영향평가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특히 노출된 노동자 및 주민에 대한 보상문제 또한 국가의 배상책임 - 석면노출을 행한 기업의 책임만 인정하고 소멸시효가 끝난 피해자에 대한 구제는 없음 - 이 빠져 있기 때문에 시급히 석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부산지역에서는 지역의 노동계와 제 단체가 함께 참가하여 석면문제해결과 석면추방을 위한 ‘(가칭)부산지역 석면추방을 위한 공대위’를 구성하기로 하였고, 앞으로 공대위를 중심으로 석면문제에 대한 대응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 지역과 국가를 넘어, 국제연대활동으로

지역에서의 대응과 함께 고려해야 할 문제는 과거 원진레이온 사례처럼 공해산업 및 유해물질 산업의 저개발국가로의 이전문제입니다. 석면의 경우에도, 대부분 한국의 석면방직공장이 일본에서 건너왔고, 한국에서 문제가 발생되자 이제 인도네시아, 중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취지에서 2007년부터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의 환경단체와 노동단체,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대한 국가간의 연대활동을 모색하고 석면을 추방하기 위한 국제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일 석면공동 심포지엄개최, 일본석면공장방문, 인도네시아 석면공장방문 등을 진행하였고, 얼마 전인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3박 4일간 부산에서 한일 공동석면 워크샵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석면문제는 한지역과 국가에서 없어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석면으로 인한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없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석면대응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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