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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78호]이주노동자의 건강권


한 아 름 (사) 이주민과 함께
부설 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의료팀장


이주민 140만 시대. 2011년 10월 기준으로 국내 이주민은 140만 명을 넘어섰고, 이는 한국 총인구의 3%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노동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주민들의 실질적 인권실태는 여전히 열악하다. 70만에 이르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생활환경은 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며, 배제와 차별 속에서 생존과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힘든 이주민들에게 기본적 인권으로서 건강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더욱 요원하기만 하다. 특히, 17만을 헤아리는 미등록 이주민들(이주아동, 이주여성, 이주노동자 등)은 폭력적 단속 불안 속에서 건강보험을 비롯한 보건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처해 있고, 의료통역서비스의 부재로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진료 현장은 이주민의 병원이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보건복지정책



1) 건강보험

① 건강보험 가입
건강보험제도는 등록이주민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고용허가제가 처음 시행되었던 2004년에는 37.7%에 불과했던 이주노동자의 보험 가입률이 2006년 1월부터 강제가입이 도입되면서 59.9%까지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거주 이주민 중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이주민은 전체의 36%인 457,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어 이주민 3명 중 2명은 의료사각지대에 처해있다. 게다가 이주노동자들은 의료보험 가입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의료보험카드를 본인이 소지하고 있는 경우도 많지 않다. 게다가 한국인 노동자들도 건강보험 가입을 미루고 있는 중소영세사업장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건강보험가입은 여전히 기피되고 있다. 이에 대한 사업주의 문제의식도 낮은 수준이며, 의무가입을 위한 건강보험공단의 노력 역시 부족하다.

② 건강보험 가입 제외
등록노동자라 하더라도 서비스업, 예술흥행계, 농축산업 등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직장건강보험 당연가입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사업주의 건강보험 의무가입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아 건강보험 가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직장건강보험 당연가입 사업장이 아닌 경우, 이주노동자들은 건강보험료에 대한 부담과 절차에 대한 무지로 지역건강보험 가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③ 치료를 받고 있거나, 소송 중인 경우 등 일정기간 국내 체류가 필요한 이주민들에게 주어지는 기타사증(G-1) 소지자들은 체류목적이 질병의 치료나 산재처리, 임금체불 등의  소송을 위해 체류하고 있음에도 건강보험 가입이 어려워 문제가 되고 있다. 기타사증 소지자들은 직장건강보험 가입만이 가능하며 지역건강보험 가입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법무부에서는 기타사장 소지자들의 취업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음으로 사실상 건강보험 가업은 불가능하다고 하겠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 3월 6일, "정식 체류 허가를 받았지만, 난민 자격이 아니라는 이유로 취업을 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의료보험 등의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에 정책을 개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④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등록이주민의 경우로 건강보험기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17만 명 미등록이주민이 의료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미등록이주민의 자녀 또한 태어나자마자 미등록 신분으로 건강보험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

2)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

① 산재보험 적용
산재보험은 등록, 미등록을 불문하고 모든 이주노동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다만 미등록노동자들의 경우 사전 가입이 불가능하고 산재 발생 후 사후적용이 가능하여, 사업주가 법무부에 미등록노동자의 고용사실이 알려져 벌금 낼 것이 염려되거나, 근로복지공단 및 노동부로부터 산재발생 사실이 알려져 불이익을 당할 것을 염려하여 산재보험 신청을 미루는 사례가 빈번하다.

② 제한된 보험 적용
현재 산재보험 적용은 국내 취업 중심이어서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즉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자가 본국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을 경우 요양급여와 휴업급여 등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따라서 국외 치료가 불가능 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개정 산재보험법 제76조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보험급여 일시지급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이는 요양 중에 예상비용을 산정하는 방식이어서 노동자에게 불리할 소지가 다분하다. 또 본국 출국 시 장해급여지급은 일시금으로만 가능하며 연금방식은 불가능한 점, 본국 귀국 후 재활보조기구 지급이 안 되는 점, 이주노동자의 직업훈련을 불허하고 있는 점 역시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자의 재활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3) 의료급여법과 긴급복지지원법
이주노동자들도 극히 제한적인 요건 하에서 2005년 12월 제5조 2항을 신설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정한 의료급여 수급권자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갑작스런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층에게 생계비, 의료주거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라 2008년 11월부터 방문동거(F-1), 거주(F-2), 재외동포(F-4), 영주(F-5) 자격을 가진 이주민으로 국내에서 1년 이상 거주한 경우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되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경우 거주하는 주민으로서 인정하고 있지 않아 적용 대상이 되기 쉽지 않다.

4)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계층 무료진료사업

① 사업내용
보건복지부는 2005년부터 복권기금으로(2008년부터 일반예산으로) 노숙인, 외국인 근로자 및 그 자녀, 국적취득 전 여성결혼이민자 및 그 자녀, 난민 등을 건강보험, 의료급여 등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입원 및 당일 외래수술비를 지원하는 무료진료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② 사업현황
2011년 총48억(국비 33.6억, 지방비 14.4억)의 예산으로 전국 78개 의료기관을 지정하였고, 부산지역의 경우 2005년부터 부산의료원, 2010년 10월 부산대학병원을 추가 지정되어 두 곳의 의료기관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08년부터 2009년 1/4분기 사이 사업 실적을 살펴보면, 서울이 전체의 62.6%를 차지하고 있고, 공단지역이 많은 경기와 인천이 각 10.9%, 2.7%로 수도권의 환자들이 지정 의료기관이 많은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을 볼 수 있으며, 대구에 비해 이주민 비율이 더 높은 부산의 실적이 1/6에 불과한 것은 지원이 필요한 이들이 적은 것이 아니라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들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③ 부산시 무료진료사업의 문제점
▶ 지정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 : 부산 시내 두 곳으로 제한된 의료기관으로 공단지역 등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며,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산부인과와 신생아 등 소아과 등의 진료를 담당할 의료기관이 없다.
▶ 정보 부족 : 환자 및 일선병원에서 무료진료사업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응급실에서 환자가 방치되는 산부인과 사례도 있다.
▶ 입원 및 수술비만 지원되는 한계 : 외래진료비 지원이 되지 않아 장기 통원치료 시 환자의 부담이 크다. 부산대학병원의 경우 각종 검사비, 특진비 등 비급여 항목이 많으나, 외래 진료비는 지원 되지 않는다.
▶ 약제비 지원 없음 : 약제비 지원이 없어 지속적인 약물치료 시 환자의 부담이 크다.
▶ 의료통역 및 간병인 지원 안됨 : 의사소통의 문제로 정확한 진단, 환자에게 설명되거나 원활한 치료의 어려움이 있으며, 보호자가 없이 수술 후에도 혼자 병상을 지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 환자의 신변이 보호되지 않는 문제 : 정부의 단속강화로 환자의 퇴원압박이나 신변의 불안으로 충분히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고, 교통사고 발생 시 환자의 치료를 우선하기 보다 경찰이나 보건소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고지하는 공무원통보의무의 문제점이 있다.

이와 같은 제도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이주민 지원단체와 무료진료소,  협력 기관들이 그간 개별 단위로 대응해왔던 일상적인 연대활동과 이를 가능케 할 상호협력체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께 키운 활동의 성과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도개선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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