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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91호]'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강행되는 비정규직 확산

칼자루를 쥔 자본과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지난 20년 동안 구조조정이라는 말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착되었다. 자본은 스스로 구조조정이 개혁이라고 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날 심각한 저성장이 지속되자 노동시장의 주도권을 쥔 자본과 정권은 구조조정과 개혁이라는 두 단어를 합성시켜 ‘구조개혁’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그러면 왜 구조개혁이 필요한 것일까?
우리나라의 일자리와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기업중심의 패러다임 속에서 발전해 왔다. 자본과 정권은 이 땅의 노동자들을 값싼 산업인력자원이라고 지칭하면서 기업의 부속품이 될 것을 요구했고, 기업들은 정권의 지원과 노동자들의 피땀을 기반으로 엄청난 이윤을 만들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장시간 노동에 따른 가산임금은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묶었고, 노동재해는 확대되었다. 자본은 빠른 속도로 그 규모가 커졌으며, 그 증가 속도에 맞춰 근속년수가 늘어날 수록 임금이 증가하는 연공서열제 임금 지급 방식을 도입했고, 기숙사 제공이나 사원아파트, 자녀 학자금 지원 등 기업복지를 확대했다.
노동자들은 충성도를 높이며 평생직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정규직의 개념이 만들어 졌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과 정권은 노동시장을 개편했다. 기업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정규직을 쫓아내고 비정규직을 확산시켰다. 교육환경의 변화로 우수한 노동인력이 배출되었지만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심각한 경쟁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비정규직들은 장시간 노동과 고용불안정의 부담까지 가져야 했다. 정규직 취업의 좁은 문은 청년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학습과 기능을 배워서 취업을 하도록 하였고, 기업은 노동자들에 대한 재교육비를 투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기업은 그저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을 선택만 하면 되는 시기로 진입했다.
외환위기라는 충격 속에서 진행된 기업의 구조조정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으로 충성도를 높여 왔던 정규직 노동자를 배척할 좋은 기회가 되었다.
빠른 속도로 비정규직이 증가하자 자본과 정권은 충격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노동시장을 갖추기 위해 노사정 합의라는 명분으로 비정규직 보호제도를 만들었고, 이후부터는 비정규직과 최저임금이 우리사회의 기본적인 고용지표가 되었으며, 조기퇴직과 불안정고용이 일반화되었다.
그리하여 기업은 성장해도 지속적으로 높아진 노동강도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하여 고용은 둔화되었고, 비정규직 증가로 인하여 분배구조가 악화되어 양극화는 심각해졌다.
이 지점에서 자본과 정권이 제시한 해법이 일자리 70%를 달성한다는 것이고, 일자리 70% 달성을 위하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고용둔화와 양극화의 원인이 되었고, 개혁의 대상이 된 것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란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 정규직과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고임금과 기업복지를 누리고 있어서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억제하게 되었고,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그 반대편에 놓여 있으므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저임금과 질 낮은 일자리인 비정규직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취업을 포기할 것이냐 이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들이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노동의 상대가격을 낮추어 기업이 돈 대신 노동을 선호하도록 유도하며, 노동시장 유연성의 강화, 노사관계의 선진화, 직업교육훈련의 확대 및 효율화, 고용정보시스템의 강화 등의 정책적 수단을 도입해야만 투자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본의 투자 회피의 원인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는 해법이 제시되었다.  정부는 2014. 12. 22. 관계부처 합동으로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하였는데, 그 중 노동시장과 관련하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와 안정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1주일 후인 2014. 12. 29.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고용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는
비정규직의 확산 정책

이미 비정규직이 넘쳐나서 고용불안정과 소득 양극화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 12. 29. 고용노동부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의 안정성 제고 방안이라며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의 핵심은 고용의 유연성 추진과 안정성 제고 방안으로 ‘35세 이상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처음에 기간제 고용이 등장한 것은 산재나 출산 등의 특별한 사정으로 업무공백이 생겼을 때 한시적으로 기간제 노동자들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는데, 외환 위기 이후 기간제 고용이 급증하자(전체 노동자의 22%) 이제와서는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정규직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4년으로 하겠다는 해법이 나온 것이다.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개혁을 하겠다며 제시한 방안이니만큼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4년으로 하겠다는 것은 결국 대기업 정규직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수를 줄이는 대신 저임금 노동자의 수를 더 많이 늘이는 방안으로 제시된 것인데, 기간제 노동자라는 말은 그 자체로도 이미 비정규직을 말하는 것이다.
결국 그 사용기간을 4년으로 한다는 것은 비정규직으로 4년 동안 안정되게 지내라는 말이 된다.
더구나 4년 동안 기간제 노동자로 지내면 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며 일을 해야 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함께 해당하는 것인데, 그동안 자본이 끊임없이 요구해 온 일반해고제도의 도입이다.
일반해고제도는 “객관적, 합리적 기준에 의한 평가, 교정기회 부여, 직무 및 배치전환 등 해고 회피의 노력, 공정한 절차와 관련 내부규정 운영”등을 통하여 업무부진자를 해고해도 된다는 것이다.
해고의 범위를 근무성적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일반해고제도가 도입되면, 매년 근무성적 평가를 통하여 하위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해고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들에 대하여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을 제외한 파견을 허용하고, 전문직종에 대한 파견허용을 확대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하였다. 불법파견이 확대되자 그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간제, 파견,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하여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그야 말로 비정규직 확산의 종합대책이다.  단시간 노동자들과 비정규직도 아니고 정규직도 아닌 4년 사용기간의 기간제 노동자들이 파견노동자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근무성적에 따라 일반해고가 된 정규직의 일자리에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들어가게 된다. 기업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정부의 예산을 지원을 받고, 정규직이 되었거나 아직 비정규직인 노동자들은 늘 이런 해고의 위협 속에서 정규직이 될 날을 기대하며 살아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연장근로수당은 25%만 주어도 되는 근로기준법 개정까지 더하면 자본에게는 너무나 멋진 고용대책이 될 것이다. 그 결과 우리사회는 저임금 노동자를 늘려서 고용율을 높일 수 있으니, 노동시장의 하향평준화를 통한 일자리 70%를 달성할 것이다. 물론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은 희망도 없고, 현실은 늘 고통의 연속이 되겠지만 말이다.

자본과 정권의 고용정책 기본 방향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은 경제성장의 지속가능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며, 박근혜 정권은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규제완화를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수출, 제조업,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추구하는 한편, 내수, 서비스업,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하는 균형성장으로의 이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내수, 서비스업,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이 취약한 조건이어서, 우선 노동의 상대가격을 낮추어 기업이 자본 대신 노동을 선호하도록 유도하며, 노동시장 유연성의 강화, 노사관계의 선진화, 직업교육훈련의 확대 및 효율화, 고용정보시스템의 강화 등의 정책적 수단을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기존의 고용구조 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은 채 공공부문 정원증대, 4대강 사업 등 정부지출의 확대를 통한 직,간접적 일자리 창출을 추구하였는데, 단기적이고 저임금 일자리를 양산(청년인턴, 희망근로, 비정규직 확대 등)하는 것에 그쳐 안정적 고용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말았다.
문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함에 있어 성장에 따른 고용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출, 대기업 중심의 정책과 내수 및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하여 임금유연화를 통한 기업의 노동비용 하락과 인력수요 증대를 유도하고. 임금과 고용의 빅딜을 이루어 내는 기초를 형성하는 두 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국가와 산업경쟁력이 높은 독일, 사회적 통합이 잘되고 있는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박근혜 정권은 위 세가지 모델을 하나로 응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순차적으로 나열해 보면, 저임금, 높은 고용율, 산업경쟁력, 복지국가의 형성이 되고, 경제성장율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고용효과가 높은 중소기업의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고용유연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정부재정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가져 오게 한다는 것이다.
고용 확대를 위한 자본과 정권의 기본정책

우선 고용확대를 이루어 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무엇이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임금과 고용의 유지를 위하여 두 가치를 하나의 틀 내에서 혼합하면 된다. 저임금과 기간제 및 파견,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정년연장을 혼합하면 순식간에 고용이 확대된다. 여기에 더하여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유연화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임금 체계는 연공서열제로서 대기업의 정규직을 중심으로 기득권 계층이 형성되는  반면, 그 외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근속기간이 짧게 되는 요인이므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여 임금이 생산성과 일치(생산성의 형평성 확보)하도록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목적이다.
이러한 구조 개편은 기업이 생산성보다 임금이 높다는 이유로 해고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하여 자본은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업 내의 작업장 혁신을 오히려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기업은 정규직 임금이 생산성을 넘어선 것에 대한 노동비용 부담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에게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하청업체 등에게 전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생산성과 임금을 일치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무, 직능급제의 도입이다.
만약 생산성과 일치되는 임금을 지급받게 되는 순간 노동자들은 기계보다 더 심한 노동에 시달려야 할 것이고, 생산성에 대한 평가가 낮아진다면 그나마도 저평가 되고 말 것이다.
이상에서 본 내용을 종합하면, 자본과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방안은 경영상 해고 요건 완화, 근무성적에 따른 일반해고제도의 도입, 근로시간저축제도 : 초과 근로 수당을 휴가로 대체함, 시간 선택제 일자리의 확대, 휴일근로 및 연장근로 등 초과근로의 대체근로제도 도입, 법정근로 시간의 단축,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 피크제의 도입, 기간제 사용기간의 연장, 파견허용업종의 확대, 경제규모에 맞는 적정임금유지, 성과에 따른 보상과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 노사관계 불안 해소를 위한 기업 규제권한 확대이다.

노동의  능동적 대응이 요구된다.

우리사회가 자본과 국가권력이 결탁하여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세월호 참사의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박근혜 정권은 경제개혁, 창조경제를 내세워 왔지만 그 본질은 노동에 대한 절대적 지배를 위한 준비이다.
파견, 용역, 위탁, 도급 등 열악한 비정규직을 끊임없이 확산하는 것은 열악한 비정규직의 처지를 더 악화시키고, 노동구조를 빠져 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만드는 분할 정책이 될 것이다. 여성과 청년 등 약한 노동자들은 더 큰 희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노동은 사회적 의무가 아니라 사회적 권리이다. 오늘날의 고용구조 또한 자본이 구축해 온 지배구조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노동의 개입으로 어느 정도 개편될 수 있었다.
노동이 주도권을 갖지 못한 방어적 대응은 끊임없는 자본과 정권의 공격에 밀려 나갈 뿐이다. 노동생활의 빈곤화를 막기 위해 비정규직, 사회적 약자에게 고용보험,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정리해고에 대하여 자본의 책임을 묻는 것, 최저임금 기준을 객관화하여 생활임금 개념을 도입하고,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하나의 과제로 묶어 내는 것, 자영업자와 청년층에게 실업부조제도를 도입하는 것, 비정규직 차별과 확산을 막는 기본망을 설치하는 것, 고용을 개선하지 않는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것,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확립하는 것 등은 노동의 능동적 대응이 요구되는 최우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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