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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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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청소년 “규제? VS 인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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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며 교문을 들어섰다. 몇 걸음 교실 쪽으로 방향을 옮기려는데, 뒷머리에 뜨끈한 시선이 느껴지더니, 선생님께서 나를 불러 세우신다. 단추 하나는 풀려 있어야 하는데, 깜빡하고 끝까지 잠궈 입은 것이 화근이었다. 목 부위의 잠궈진 단추로 향하던 시선이 조금씩 위로 올라왔다. 선생님의 다섯 손가락이 쫙 벌어지며 나의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그리고 선생님은 적지 않은 힘을 주어 나의 머리를 좌우로 흔드신다. 나는 선생님 손의 움직임에 따라 “아! 아! 아!” 라고 소리 내며 휘청거린다. 잠시 후 교무실 앞에 모인 무리들은 모두 우스꽝스런 모양새를 하고 있다. 야속한 바리깡의 흔적 때문이다...
한국고교학생회연합회(한고학연)가 얼마 전에 생겼다. 한 측면에서는 고등학생판 한총련이 생긴 것 아니냐며 부산을 떤다. 그들에게 도대체 “한총련” 이라는 단어가 어떤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친 우려가 아닌가 한다. 출범식에서 고등학생 대표가 말한 대로,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역사의 격변기 마다 정의로운 행동으로 결집했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떠올려 보면, 앞으로 한고학연이 청소년들의 인권과 교육환경의 변화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지켜볼 만할 것 같다. 과거의 고등학생들이 단체를 만들 적에는 군부독재 타도와 민주화를 요구했었다. 지금의 사회에서는 청소년 스스로의 삶 권리를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민주화는 이루었는데, 그리고 함께 투쟁했던 어른들은 부모님의 세대가 되었는데, 이런 부모세대가 청소년들에게는 침묵과 복종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함께 생각해보자. 빨간색 머리를 하고 귀에는 반짝이는 고리를 달고 오토바이를 타고 교문을 들어서는 고등학생... 사회 초년생인 나의 시각에도 어색한 게 사실이다. 하물며,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은 이 어색함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말이다. 비록, 외국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저 꼬락서니 좀 봐라! 저기저기 저레가꼬 무신 공부를 하것노? 내 고마 저놈아 다리 몽디를...” 라는 말부터 입에서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어른들 평가는 보수언론, 국가정부에서 현 사태를 파악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을 뿐이다. 임단투나 파업을 언론에서 다룰 때, 시위대의 폭력성과 노동자들의 자기 배 채우기 식으로 보도한다. 그러면서 문제의 본질은 정작 보도에서 제외된다. 지금 학생들의 주장과 빨간 머리의 고등학생을 보고 욕부터 쉽게 해버리는 어른들은 이 같은 보수언론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학생인권” 이라는 해방 후에 제대로 사회에서 다루어지지 못한 의제를 가지고 학생들은 투쟁하는데, 언론과 기성세대는 “버릇없음”으로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고등학생들의 촛불시위 때문에 여타의 말들이 많았다. 교육청 별로 참가 학생들을 징계하겠다느니, 담당 교사를 현장에 파견해서 감시를 하라느니 하면서 말이다. 입시제도의 변화로 인해 자살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광화문에서 촛불을 켠 것이다. 아직도(!) 두발자율화의 세상은 요원하다. 그래서 광화문에 모인 것이다. 여전히 교실에서는 상하 질서를 지키지 못한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공부해서 좋은 대학 못가면 사람도 아닌, 짐승처럼 될 것이란 말들은 여전히 학생들의 귓가에 맴돌고 있다. 학생들이 갈 길은 아직 멀다. 이제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집회불참을 종용하는 어른들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광주에 중 고등학생들도 들고 일어나? 학생들이 일어서면!! 나라가 뒤집어 지는 거야!” 모 방송국에서 하는 드라마에서 배우 이덕화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젊은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른들도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 마치 규제를 없애면 모든 청소년들이 일탈의 길로 접어 들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설득력이 없다. 군대가야 남자 된다는 말로 권력에 복종하는 법을 길들여 왔던 우리나라이다. 두발 규제의 주장도 이러한 철학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어른들의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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