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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편집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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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허튼짓 마! 넌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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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짓 마! 넌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어!
홍 조
엘리베이터를 타면 으레 뒷면에 있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다. 머리를 쓰윽 문지르기도 하고, 삐져나온 코털을 밀어 넣기도 한다. 눈곱이나 코딱지를 파기도 한다. 인상 찌푸려지면 안 될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웃는 연습도 혼자 하고, 머쓱하게 멋있는 포즈도 취해본다. 그러다가 천정 한 측면에 있는 CCTV에 눈이 마주친다. 관리실에서 좀 전의 내 행동을 보고 있었겠구나 싶다. 왠지 모르게 얼굴이 살짝 화끈거리며 부끄럽다. 그래도 뭐 두 번 볼 사람 아니니깐 하고 생각하며 벨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으로 엘리베이터를 나선다.
아침마다 엘리베이터에서 겪는 일상이다. 너무 익숙해진 상황이라 어색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운 마음이 무덤덤해 지지도 않는다. 산추련 소식지 58호 ‘생각해 봅시다’ 란에서도 잠시 등장하는 CCTV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해 보자.
잇달아 벌어진 흉악한 아동범죄로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때로는 단서도 못 찾는 수사의 지지부진함이 답답하기도 하다. 얼마 전 아동납치 미수 사건의 경우 경찰의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범죄의 대상이 사회적 약자인 아동이라는 상징성을 차지하더라도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서 이 같은 아동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일은 중요하다. 많은 범죄 전문가들의 지적하기를, 아동 범죄 대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용의자 검거에 앞서 사전 예방 관리 대책을 잘 세우는 것이라 한다. 또한 경찰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가 함께 적절한 아동범죄의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어찌 되었건, 잇따른 사건과 경찰의 늑장 수사로 인해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경찰은 이러한 여론에 응답하듯이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아동성범죄의 구형 수준을 집행유예에서 높여 무기징역과 사형에 이르도록 한다는 이야기, 재범 가능성이 높은 형을 마친 사람들에게 ‘전자팔찌’를 의무화 한다는 이야기, 학교 주변의 편의점, 약국을 ‘아동 안전 지킴이’로 지정하고 민관합동의 ‘아동, 여성 보호 지역 연대’를 지역별로 편성한다는 이야기 등... 늦었지만 범죄 예방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전자팔찌 뿐만 아니라, 모든 휴대폰에 위치추적장치를 장착한다거나, CCTV 설치를 확대하겠다는 대책은 환영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이 같은 대책이 나오자, 자연스레 관련 인권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생활의 일상적 감시는 지나친 인권침해라고 말하고, 가해자의 인권에 대한 고려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연이은 아동범죄에 분노한 사람들은 아동 범죄자는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기 때문에 인권이라 부를 수 없다며, 인권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 한다. 항상 이런 논란의 중심에는 이 같은 대책이 적절하냐는 논의는 빠져있는 것 같다. 범죄의 흉악성이 논의를 감정적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CCTV만을 두고 생각해 보자. CCTV의 설치 목적은 간단하다. 범죄발생 가능성이 큰 위치에서 범죄인을 찾아내겠다는 순수한(?)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특정 흉악 범죄인‘만’을 향하지 않는다. 카메라의 시선은 그 곳을 지나는 모든 이들을 바라본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범죄인의 가능성’을 가졌기 때문에 감시당해도 항변할 수 없다. 일가친척 중 한 명이 역적행위를 했기 때문에 또 다른 역적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일족을 멸하던 왕조시대도 아니다. 가족 중 한 명이 친북활동을 했기 때문에, 가족 모두를 빨갱이로 몰았던 시절도 아니다. 하지만, 그 길을 지나갔다는 사실만으로 범죄인이 될 가능성이 큰 사람이기 때문에, 감시당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당할 이유가 없고, 자신의 사생활을 지킬 권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흉악 범죄를 등에 없고 곳곳에 CCTV를 설치하려는 경찰의 시도는 되씹어 보아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수의 인권을 무시할 만큼 범죄 예방의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냐는 물음이 있다. 누구도 이러한 물음에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실제 미국에서 성범죄인 신상공개를 법으로 정한 후에 범죄율의 감소가 없었다는 결과가 있다.
이 결과는 지금의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있다. 더 나아가 보자. 아동 흉악범 검거를 위한 CCTV는 도난 사고 방지를 위한 CCTV도 용납할 것이고, 교내 폭력 예방을 위한 CCTV도 낳을 것이다. 도난 사고 방지를 위한 카메라가 공장에 설치되면,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CCTV와 눈이 마주치면 코를 파다가도 멈칫하는 것처럼, 노동자들은 잠시 땀을 닦다가도 멈칫 일손을 놓을 수 없게 된다. 교내 폭력 예방을 위한 CCTV는 복도와 교실에서 조용하게 공부하기만을 강요할 수 있다. 자칫 친구랑 장난을 치다가 모니터 앞에서 이를 지켜보던 선생님에게 들켜 교무실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죄 없는 사람을 감시하며 범죄자 취급할 권리는 없다.
아동범죄의 소식을 접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범죄의 예방을 위한 사회 곳곳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틈새를 비집고 다시금 얘기되는 대책은 우리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버리는 CCTV와 같은 감시 장비 일색이다. 치안당국이 당신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다. ‘허튼짓 마! 넌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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