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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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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 저출산 고령사회, 위기인가 기회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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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지대하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라는 것을 신설해서 각종 정책 대안을 만들어 내고 있고, 기업의 연구소들 역시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각종 보고서를 쏟아 내고 있다.
출산율이 저하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7-80년대 이후 지속되어 온 현상이라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 보인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 역시 수십 년 전부터 충분히 예상 가능한 현상이었다. 왜 이렇게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 보이고 수십 년 전부터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을 가지고 최근에 와서야 부산을 떨고 있을까? 정부나 기업에서 나온 주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문제라고들 한다. 즉,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선진국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데(2004년 기준으로 8.7%, 선진국의 경우 2002년 기준으로 15.6%) 고령화 되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몇 년만 지나면 선진국을 제치고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결국 고령 사회가 되는 게 문제라는 건데, 그럼 고령 사회는 왜? 뭐가? 문제가 되는 걸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결국 모든 문제는 “돈”으로 귀결된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돈”을 쓸데는 많아지는데(노인의료비, 연금 등 노인관련 재정지출 급증) “돈”을 벌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생산가능인구 감소, 노동력 고령화로 인한 노동 생산성 감소)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각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고, 기업에서도 직무 재배치, 평생 학습 시스템 구축, 임금 피크제 도입,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퇴직 지원 프로그램) 실시, 재고용 제도 시행 등의 고령 인력 관리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와 기업의 이러한 진단과 처방이 일견 그럴듯해 보이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여기저기 의심이 가는 부분이 많다. 우선 정부와 기업이 그동안 틈만 나면, 시도 때도 없이 들고 나왔던 각종 위기설과 무척 닮아 있다. 위기설의 핵심은 늘 결국 “기업을 경영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진단과 처방의 핵심 내용 역시 노동생산성 감소로 자본의 이윤율이 떨어져 경제성장이 둔화된다는 것이다. 즉, “자본의 위기”가 위기설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자본의 위기가 노동자, 서민들에게도 위기일까? 한국 자본의 대표주자 삼성이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서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은 인구증가, 수명연장, 경제활동 참가율 향상 등 노동공급의 증가에 크게 의존”한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을 느끼는 핵심적인 이유는 “나 말고도 일할 사람이 많다는 것” 때문이다. 현재의 추세대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지속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현재의 71.7%에서 2050년에는 53.7%로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이렇게 “나 말고도 일할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이 되면 노동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되는 건 아닐까?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이미 최근 10여 년간 중장년층(40세-54세)이 노동시장에서 조기퇴출 됨으로써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75%정도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10%정도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노동능력과 의사를 지닌 중장년층의 조기퇴출이 풍부한 지적자산을 사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고령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중장년층이 노동기회를 상실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부양부담이 증가된다는 것이다. “노동능력과 의사를 지닌 중장년층의 조기퇴출”에 앞장서 온 삼성에서 이런 보고서를 썼다는 것이 어처구니없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동안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특히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강제적인 희망퇴직이나 조기퇴출을 실시하던 관행에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역시 자본에게는 위기이나 노동자들에게는 기회가 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정부와 기업에서 이런 위기 분위기를 조성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정부와 기업에서 유포하는 위기설이 늘 그렇듯이 “자본의 위기”는 곧 “사회 전체의 위기”이고 이는 곧 “노동자, 서민의 위기”라는 생각을 널리 유포하기 위함은 아닐까? 정부의 입장에서는 노인의료비, 연금 등 공적부담의 증가를 다시금 노동자, 서민들에게 떠넘기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닐까? 기업의 입장에서는 임금 피크제 등의 도입을 통해 고용을 다소 양보하되 노동비용을 감소시켜 중장기적으로 이윤율 저하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자본의 위기가 노동자, 서민들에게도 똑같이 위기인 것이 아니라, 자본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내 놓은 대책이 노동자, 서민들에게는 위기인 것이 아닐까? 저출산 고령사회의 위기를 운운하면서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증가, 사회 양극화 현상 등은 애써 외면하거나 일부러 조장하는 정부와 기업을 보고 있자니 이런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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