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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편집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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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북한 핵실험… 그래, 모든 잘못은 미국에 있다고 하자,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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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
그래, 모든 잘못은 미국에 있다고 하자, 그래서?
10월 9일 오전 북한이 끝내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호외가 길거리에 뿌려졌다. 그리고 연일 계속되는 특집방송으로 자칫 “핵”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의 폭력성이 둔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이목이 북한 핵실험으로 집중되었다. 이에 발맞추어 국내의 여러 보수, 진보 진영에서도 입장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는 시간들이 흘렀다.
미군 장갑차로 인해 목숨을 잃은 두 어린 소녀의 영혼을 부여잡고 광화문에 모였던 수많은 군중은 한 목소리로 미국반대, 전쟁반대를 외쳤었다. 그리고 연이어 터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하여서도 한 목소리로 이라크를 위협하는 미국을 비난하며 “평화”를 주장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북한의 핵실험을 바라보면서 그때 그 시절 한목소리였던 “우리”들이 각기 첨예하게 다른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단지 미국의 만행이 싫고, 전쟁의 공포가 싫고, 평화의 염원이 커서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많은 군중들은 지금 어리둥절하고 있다.
대체로 각각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은 바로 모든 잘못의 원흉은 미국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이 지난 수년간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저질렀던 경제 제재와 봉쇄 정책이 화를 자초했다. 악의 축으로 북한을 지목한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북한과 대화를 지속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있었겠는가. 또 잊혀질만하면 대규모 군사훈련을 감행하여 북한을 무력으로 위협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자신들의 마음대로 주무르던 그 악행을 모두가 알고 있다.
수많은 북한 난민과 아사자들이 속출하는 현실에 미국의 봉쇄정책이 큰 몫을 하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물론, 경제 원조품을 북한 정부가 군비 증강으로 돌려쓴다는 주장도 타당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잘못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평화를 원하는 많은 이들은 이 같은 미국을 이번 상황의 근본적 원인이라 보고 있다.
그럼, 이제 북한정부는 우리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남측본부 의장의 성명서에서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제국주의에게 연속된 핵포성을 안겨주자”라고. 물론 핵무기를 미국 영토에 발사하자는 말은 아니었겠지만, 성명서 표현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단어들은 마치 미국과의 전쟁을 선동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쟁보다는 평화를 원하는 많은 군중들이 이 글을 읽고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핵무기 발사 실험을 해서 미국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주장은 우려스럽다.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은 “북에 ‘무기를 내려놓으라’ 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면서 “핵무기”에도 성격이 있다고 말한다.
즉, 북한의 이번 핵무기 실험은 전쟁을 막기 위한 평화적 성격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면서 우리는 지난 광화문에서의 군중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라크 전쟁을 놓고 벌어진 국익설전을 떠올려 보자. 이라크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는 것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그 국가의 이익 중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편이라는 주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때 한목소리의 군중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남의 나라 평화를 깨트리는 군사적 행동은 용인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다르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는가. 수많은 민중을 살상할 수 있는 무기를 두고서 평화를 위해서라는 성격 규정을 할 수는 없다.
‘반핵’은 평화와 진보를 위한 기본적 이념이 되어야 한다. 전쟁을 통해 평화를 얻으려는 자들은 우리가 제국주의라고 비난하는 바로 미국 등의 초강대국이다.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저들과 똑같이 전쟁무기 개발을 통한 것이라면 이는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
전쟁무기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평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해될 수 없으며 그 근본에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 한반도 모든 민중의 평화적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 하루빨리 이해 당사국간의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반도 민중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어떠한 전쟁무기를 통한 힘겨루기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반핵’을 통한 전쟁반대의 기조가 지켜져야 할 것이다.
어린시절 즐겨보던 만화인 미래소년 코난이 생각난다. 핵전쟁 이후에 폐허가 된 지구에 다시금 생명의 기운이 샘솟는 시절, 코난 일행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삶을 위협하는 “인더스트리아” 라는 국가가 있었다. 반공교육에 젖어 있던 어린 시절 필자는 그 나라가 북한인 줄 알고 있었다. 교과서에서 인더스트리아의 폭력성과 억압성은 내가 배운 북한의 모습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인더스트리아는 산업을 의미하는 영어 “industry”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는 산업자본주의를 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를 또다시 폭력과 억압으로 부활시키려던 인더스트리아의 꿈은 또 다른 갈등과 반목을 낳을 뿐이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그토록 비난하던 군사강대국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민중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무기 실험을 강행하는 북한 정부의 모습에도 “인더스트리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보이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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