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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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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 천성산의 뭇생명을 지키기 위한 4년여간의 지율 스님의 투쟁을 돌아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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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좋았지 …
천성산의 뭇생명을 지키기 위한
4년여간의 지율 스님의 투쟁을 돌아보며...
교육편집팀
우리 사회엔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며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한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70년 전태일 열사가 그랬고 가깝게는 김춘봉 열사가 자신의 생명을 던지셨습니다.
35년의 세월동안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전태일 열사의 외침을 비정규직 이란 굴레로 인간답게 살아가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을 향해 김춘봉 열사가 또 다시 외친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인간답게 살고싶다’는 구호가 아니라 ‘도롱뇽을 살려주세요’라며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100일간 단식을 하신 지율 스님은 우리에게 어떤 얘기를 전하려하셨던 것일까요?
영화 투모로우를 아시나요? ‘투모로우’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가져오는 참혹한 미래를 보여주며 환경파괴가 가져올 심각성에 대한 경고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여전히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자동차 사용을 강요하고 자동차를 굴리기 위한 에너지인 석유를 확보하기위한 전쟁에 군대를 파견하고 환경파괴를 최소한으로 하자는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도 이제야 대책 마련에 나서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산과 물이 넘쳐나는 삼천리 강산은 각종 개발과 파괴로 하천은 메말라 물을 사먹어야 할 정도로 물 부족 국가로 변했고, 산은 사람이 다니기 좋은 길을 만드느라 구멍이 나고 허리가 잘려나가 우리가 어릴 때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동식물들은 입장료내고 동물원이나 식물원엘 가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대안을 말하기에 앞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선조들이 그랬고 우리들도 지금 그러듯이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때가 좋았지’라는 감상에 젖어 한잔 술에 한숨만 내쉴 뿐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자 합니다. 그렇다고 당장에 어떤 대안을 얘기하는 것으로 이러한 현실이 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율 스님이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100일간의 단식을 하셨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지율스님께서 천성산을 지키고자 산에서 사회로 나오신 것은 2001년입니다. 당시 양산시에서 시공하는 임도공사를 보고 문제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임도 공사가 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발견하고 공사를 중단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임도 공사를 중단하게 될 때쯤 대구-부산간 고속철도 공사 구간이 애초에 계획이 수정되어 대구-경주-울산-부산으로 변경되면서 천성산-금정산을 관통하는 터널공사가 시공된다는 사실을 아시게 됩니다.
당시 지율 스님께서 문제제기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던 터라 지율 스님은 홀로 전국을 직접 돌아다니시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고 문제점을 밝혀나가셨습니다.
그러한 활동에 고속철도 공단도 대화의 자리에 나와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와 대안 노선 검토에 대한 안을 내면서 타협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으나, 2002년 말 대선을 앞둔 노무현의 백지화 공약으로 대화의 자리가 사라져버리고 당선 후에는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해버리게 됩니다. 이에 항의하며 38일간의 1차 단식에 들어가셨고 정부는 전면재검토를 위한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또 다시 지율 스님을 배제한 체 부산환경연합등 일부 시민단체들과 한달반만에 기존 노선에 대해 합의를 하고 발표해버립니다.
이때부터 지율 스님은 정부, 시민단체, 사회, 여론 등 모든 면에서 소외당하며 외롭고 힘든 싸움을 시작하셨고 전국 도보 순례, 무더위 속에서 43일간의 3000배, 열흘간의 삼보일배, 길거리 음악회, 도롱뇽 소송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알려나갔습니다.
그리고 공사가 강행되는 순간마다 단식으로(2차 45일, 3차 58일) 저항하셨고 정부는 그때마다 스스로 찾아와 한 약속을 저버리게 됩니다. 이에 지율 스님은 4차 단식을 58+@라 하시며 더 이상 정부와의 대화를 포기한 체 수행의 길로 접어드셨고 마침내 100일에 이르러서야 정부는 공사를 터널 발파 공사를 최소화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약속하게 됩니다.
아직도 언론은 지율 스님의 단식을 중심으로 보도하거나 천성산의 도롱뇽을 살리기 위해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식의 보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율 스님께서 싸워오신 지난 4년여간의 과정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무지한지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와 언론, 개발 자본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운동단체들도 그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자연은 인간에 의해 지배당하고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대상물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존재할 수 있는 기본바탕. 즉,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며 자연의 파괴로 인한 뭇 생명들의 죽음은 인간의 삶도 유지될 수 없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보여주었습니다.
참된 진보는 돌아가야할 때 돌아갈 줄 아는 자세입니다. 어린 시절 자연과 벗삼아 놀던 그 시절을 안주 삼아 신세한탄 하며 ‘그때가 좋았지’라고만 말하지 말고 작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부터 우리들의 삶과 가치관을 바꾸어나간다면 우리는 좀더 아름다운 자연과 사회를 우리들의 자녀들에게 물러줄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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