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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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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최저임금을 인간다운 삶의 기준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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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40시간씩 한 달을 일하면, 못해도 787,930원을 받아야 한다’
지난 6월 27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이다. 이 결정으로 2008년 1월부터 12월까지 최저임금의 수준이 정해졌다. 시간당으로 하면 작년과 비교해서 8.3% 인상분이라 한다. 설렁탕 한 그릇에 적어도 5,000원이라면, 아침에 출근해서 4시간 일하고 설렁탕 한 그릇 먹고 나면 만원 한 장 남는다. 4인 가족이라 치면, 이 노동자는 겁나서 설렁탕집 간판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아이들 학교도 보내야 하고 이런저런 세금도 내야하고, 아프면 병원도 가야 한다. 가족들 모두 모여 외식이라도 한번 할까 생각하다가도 이내 고개를 가로저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게 돈을 받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2001년은 전체 노동자의 4.4%이고 해마다 늘어난 숫자가 작년 한 해에 192만명이다.
다소 어렵지만,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을 쫓아 가보자.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 사용자, 공익대표자 각 9인이 모여서 전원회의를 통해 매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곳이다.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서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을 고려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의 결정논쟁은 노•사양측의 안을 적당히 버물려 모두에게 섭섭하지(?)않을 만큼의 수준으로 결정된다. 물론 노동자의 생계비에 대한 고려가 논의과정에 다루어 지겠지만, 실제 결정은 다분히 정치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저소득 노동자 생활의 최소한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력의 대가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가 경쟁력과 기업경영에 대한 고려가 함께 포함되는 한계를 가진다.
물론 최저임금의 결정과정에는 다양한 그룹의 의견이 공유된다. 임금수준에 대한 연구와 생계비에 대한 다양한 측면의 연구자료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 참여하는 대부분은 경제, 경영학 학자들이고 노동자측 위원을 제외하면 사회복지 학자들이 소수 포함되어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저임금 노동의 모서리에 밀려나 있는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장애인, 여성들의 상황을 올곧게 말할 수 있는 ‘당사자’의 목소리는 배제되어 있다.
얼마 전 임금 노동자들의 증언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토론회가 있었다. 한 청소용역 노동자는 관리자에게 ‘나이 먹고 이런 일 말고 할게 어디 있어? 집에서도 청소하는 거 나와서 청소하면 돈도 벌고 좋지 뭐’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이 노동자의 임금은 60~70만원 수준이다. 일용직인 남편과 함께 가정의 생계를 이끌고 있는 산후조리사 모씨는 가장 가슴 아픈 일이 아이들에 대한 부족한 교육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싼 티셔츠 하나를 골라도 들었다 놓았다 수십 번을 반복하는 그녀는 한 달에 71만원을 받는다. 한 감시단속 노동자(아파트 관리원)의 하소연도 있다. 임금 인상은 거부하면서 인건비 때문에 아파트 관리비는 인상해야 한다는 거짓 논리도 있단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 거짓에 휘말려 경비원 해고 서명운동까지 벌인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통계치 들고서 숫자 정치놀음 하는 동안 삶의 경계선에 내몰린 그/녀들의 구체적인 생활은 사회면 기사에 한 줄 실리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제 글 처음에 적었던 문장은 이렇게 바꿔보자. ‘일주일에 40시간씩 한 달을 일하고 787,930원도 못 받는 노동자가 허다하다.’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 지 막막하지만, 하나하나 생각해보자.
우선은 최저임금의 결정과정이 변해야 한다. 노동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이 으르렁거리면 공익위원은 중재안을 들고 나타난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최저수준의 생활을 보장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저 적당한 절충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장애인, 여성이 운영위원으로 참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역시 기존의 논의구조가 변하지 않는 다면 좋은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결정 기준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국가 경쟁력이나 기업 생산성은 최저임금 결정의 고려 대상이 되면 안 된다.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적절한 기준이 아닌 것이다. 생활의 최저 수준을 보상하기 위해 생계비에 대한 고려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결정기준의 법제화도 좋은 방법이다. 기준이 법으로 정해지면, 참여 위원들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참고가 될 뿐이다. 따라서 위원들의 정치적 싸움으로 임금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법의 울타리에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 그 기준은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한 임금 수준으로 정해져야 한다. 평균임금의 몇%로 정하자는 의견도 중요하지만, 이 역시 최저 생계비 보장이라는 근본적 사실과는 거리감이 있다. 평균임금의 60%가 최저임금이더라도 이 금액이 최저 생활에 부족할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기준은 최소한의 삶이 되어야 한다.
최저임금투쟁은 생활의 최저 수준을 보상하고 소득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과정이다. 최근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은 다수의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같은 일을 하지만,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받던 이들에게 이제는 아예 나가라고 몰아세우는 꼴이다. 최저임금투쟁도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일한 만큼의 대가는 정당하게 받아야 할 권리다. 최저임금제도의 변화를 통해 저임금노동이 당연하다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뒤바꿔야 한다.
해마다 초여름이 다가오면 준비하는 투쟁이 되어서도 안 된다. 최저임금은 최저생활보장이나 사회공공성 보장과 함께 나는 날개가 되어야 한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투쟁이다. 따라서 한 시기에 맞춰 반짝하는 투쟁이 아니라, 자본의 일방적 논리에 저항하는 전 사회 구성원들이 삶의 구석구석에서 항상 고민하고 연대하는 투쟁의 고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2008년 최저임금수준은 이제 정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올 한 해의 최저임금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정해진 최저임금이라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 곳곳에서는 이보다 적은 임금에 노동하는 그/녀들이 적지 않다. 설사 최저임금을 받고 있어도 그/녀들의 삶은 인간다운 그것이 되기에는 벅차다. 최저임금문제는 토론회에서 증언을 하는 몇몇 노동자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공유하자. 일상적으로 내용을 공유하면서 최저임금투쟁이 거대한 신자유주의에 대항 하는 투쟁의 주요한 핵심부로 설 수 있는 가능성도 생각해보자. 이주노동자, 여성 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의 인간다운 삶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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