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의 상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바로 임금체불, 산업재해에 관한 상담이다.
거제, 통영, 고성 지역이 크고 작은 조선소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보니 상담을 요청해 오는 분들도 조선소 노동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까짓 삐끗하는 사고가 수없이 많지만 바쁘다보면 그냥 넘기고 일하지요!
과중한 업무로 인한 직업병은 차치하고라도 업무 중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그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조선소 식당 주방에서 조리원으로 일하는 아주머니 한분이 상담차 찾아오셨다. 3년 넘게 조선소 식당에서 끼니마다 평균 1500식을 준비하는 업무를 했다고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허리가 너무 아프기 시작했고, 허리통증이 다리까지 퍼져 저림증까지 나타나 서 있기 조차 어려워져 병원을 찾았다. 아주머니는 과중한 식당 업무로 인한 직업병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아 MRI를 촬영해 보았는데, 촬영 결과 허리를 심하게 삐거나 심하게 부딪히는 사고 때문에 일어난 추간판 탈출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교통사고나, 넘어지는 사고 등을 당한 적도 없고 분명 업무중 허리를 삐는 등의 사고를 당한 것인데, 일하면서 허리를 삐끗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그러나 바쁜 식당의 사정상 ‘그까짓 허리 좀 삔걸 가지고 내가 빠지면 동료들이 힘들어진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참고 일해 왔던 것이다.
식당 조리원 아주머니는 현재 산재 신청 중이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작은 사고라 할지라도, 업무 중 허리를 삐는 등의 증상을 겪었다면 무조건 주변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알리고 관리자등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서 회사 기록에 남기도록 하고 회사 의무실을 이용하고, 병원치료도 병행하여 근거를 남겨야 한다. 본인의 생각에 경미하다 싶은 사고라 하더라도 나중에 이 문제가 불거져 산재신청을 해야 할 때 앞서 남겼던 각종 근거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권리를 권리라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아주머니 두 분과 상담을 한 일이 있다. 회사에서 아무 이유없이 일을 시키지 않아서 힘들다고, 어찌해야 하냐고..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아 본 적도 없고, 취업규칙을 본 적도 없다고 하셨다. 다만, 지금껏 받았던 임금명세서만 가지고 계셨다. 2년이 조금 넘는 임금명세서를 보니, 주던 수당도 일방적으로 없애버리고, 일당도 일방적으로 조금씩 깎아서 주기도 하고, 연장수당도 자기들 마음대로 줬던 기록이 남아있었다. 법적으로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아야 한다’, ‘수당을 없앨 때는 노동자 동의가 있어야 한다’, ‘연장근로를 하면 정해진 시급의 50%를 더 받아야 한다’고 말씀드렸지만, “10년을 넘게 조선소에서 일을 해도 그런 것 듣도 보도 못했고, 주면 주는대로 받았다”고만 하셨다.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한 아저씨는 일을 하고 있는데 회사 관리자가 불러서는 ‘걸음걸이가 불안하니 산재신청을 하라’고 했다. 그때까지 허리가 아파도 산재신청은 꿈도 못꾸셨던 아저씨는 마냥 고마웠다고 했다. 하지만 치료차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회사에서는 이 이상의 절차에 대해 아무런 얘기를 해 주지 않는다며 상담을 청해 오셨다. 결국 회사의 도움은 산재신청 서류에 도장 하나 찍어주는 것으로 끝나버리고, 현장 사진 한 장 찍어주지 않았다. 조선소 식당에서 일하던 어떤 아주머니는 산재신청하려고 회사에 갔더니 그 도장도 찍어주지 않았다고 하시는 걸 보면, 이 아저씨는 회사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해야 할지?!, 쓴웃음이 날 일이었습니다.
어딜 가나 비정규직 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상담활동을 하며 새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하다 다치고 골병이 들어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일한 돈조차도 받지 못하는 일이 이렇게 만연해 있다. 또한 재해든, 체불이든 당사자 혼자서는 해결하기엔 너무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점 등이 마음을 무거워지게 한다.
상담 내용 하나 하나가 마음 무겁고 어려운 오늘, 이러한 오늘도 어디선가는 노동자들이 땀흘리며 일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노동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억울한 일이 없도록 거제/고성/통영 지역에서 새터가 열심히 활동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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