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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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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사업주를 너무 믿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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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한 노동자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산재 신청을 한 후였다. 그 노동자는 운전을 하는 노동자였는데 2년 전 물건을 싣는 과정에서 1.5m 높이의 트럭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허리를 다친 후 노동자는 회사에 보고를 하였다. 회사에서 치료비와 임금을 지급할 테니 공상으로 처리하자고 하면서 병원에 가서는 개인적으로 사고를 당했다 말을 하라고 하였다. 아무런 의심 없이 병원에 내원한 그는 의사를 만나서 등산을 하다가 넘어졌다고 말을 하였다. 그리고 병원 치료를 열심히 받았고 호전이 되는 것 같아서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치료를 중단하였다. 그리고 회사에 복귀를 해서 일을 하였다. 하지만 복귀를 해서 일을 하니 허리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고 그는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서 치료를 받곤 하였다. 그리고 정년 퇴직을 하였다.
정년 퇴직 후 허리 통증이 계속되자 MRI 촬영을 하였다. 의사는 ‘허리 디스크’라며 상태가 안 좋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산재 신청을 하였다고 한다. 추가 자료가 더 필요한지를 묻기 위해서 방문을 한 것이었다. 작업력에 대한 자료를 더 제출하고, 사고 경위에 대해서 입증 자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었고 그 노동자는 알겠다며 사무실을 나갔다.
최근 그 노동자는 다시 찾아왔다. 산재 불승인 처분을 받은 것이다. 억울하다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소송을 해서라도 반드시 억울함을 풀겠다고 하였다. 그 노동자가 가져온 서류를 보았다. 근로복지공단이 조사한 업무 관련성 여부 내용에는 ‘업무 관련성이 높은 작업에 해당’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허리 디스크가 명백히 인정이 되고 있다는 소견도 있었다. 이 정도면 대부분 산재 승인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최초 의사 소견서에는 ‘등산으로 다침’이라는 기록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상병 상태가 회사에서 일하다가 그런 것인지 정년퇴직 후에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병원 치료를 꾸준히 하지 않아 발병 시기가 의심스럽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더구나 회사는 사고 사실을 부인하고 있었으며, 작업도 편했다는 사업주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와 더불어 개인 취미 생활로 자전거를 탄다며 사진까지 첨부를 하였다.
결국 산재 불승인의 원인은 당시 회사의 말만 믿고 사고 경위를 정확히 의사소견서에 남기지 않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요양 신청을 한 것이 핵심이었다. 만약 이 노동자가 사고 직후 회사의 말을 듣지 않고 바로 산재 요양 신청을 하였으면 충분히 산재 승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 노동자로서는 정말 억울할 만 하였다.
몇 일전 또 다른 노동자를 만났다. 역시 똑 같은 일이었다. 회사의 말을 믿고 개인적으로 다쳤다는 기록을 의사 소견서에 남겨 놓고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상태 호전이 없자 치료 문제로 회사와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회사는 발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처리를 했으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회사를 생각한 선한 마음으로 한 행동이 이 노동자에게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처음 만났던 노동자에게 한 가지 희망이 있었던 것은 회사에 보고 한 후 바로 재해 사실을 적고 관리자에게 결재 사인까지 받은 서류 한 장을 찾았다는 사실이다. 병원의 기록을 뒤집을 만한 내용이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에서 불승인 사유로 내세웠던 병원 치료 중단 역시 의사의 권유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해당 의사에게 직접 당시 상병 상태에 대한 소견을 다시 받을 수도 있었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이 노동자에게는 희망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노동자의 경우는 사실 아무런 기록도 내용도 없기 때문에 마땅히 방법이 없다. 목격자도 없고 사고 이후 누구에게도 사고사실에 대해서 의논한 사실조차도 없고 바로 회사 관리자와 이야기를 한 후 회사 말만 믿고 병원에 가서 개인 활동으로 다쳤다고 이야기 했으니 그렇다.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많다. 특히 회사는 노동자가 다치면 치료비와 임금을 줄 테니 병원에서는 회사에서 다친 것으로 하지 말고 개인 활동을 하다가 다친 것으로 하자 한다. 아주 친절하게 말이다. 그럴 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회사의 친절에 대해서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문제가 된다. 금방 치료가 되면 모르겠지만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불이익을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나중에 산재 처리를 요구하더라도 회사는 모르쇠로 일관해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회사의 친절에 속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노동자가 정말 필요할 때 위의 사례처럼 돌변해 버릴 수 있다. 가급적이면 사고 이후 사고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회사 결재 사인이라도 받아 놓는 것이 좋다. 그리고 병원에 내원한 시간도 정확히 기록을 해 놓자. 그리고 의사 초진 기록에는 명백히 ‘회사에서 다침’이라고 남겨 놓자. 당장 산재 처리를 요구하지는 못하더라도 나중을 위해 대비를 해 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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