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산추련 |
|
 |
|
[83호]야간 노동의 슬픈 이야기. |
|
박훈(변호사)
슬픈 이야기 하나 하겠다.
26살에 한살 적은 남편을 만나 9년을 살다 두딸을 남게 둔채 남편이 죽은 한 여성의 이야기다. 공장에서 만나 서로 사랑을 키우고 결혼을 해서는 그 여성은 집에서 살림만 하였다. 경제적 수단은 모두 남편의 몫이었으나 그 남편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어느 봄날 (2007년 4월) 출근 시간을 맞춰 놓은 자명종이 그렇게 시끄럽게 울어대도 깨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저 세상으로 갔다. 사인은 뇌지주막출혈이었다. 그의 나이 34살이었다.
젊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나니 막막한 삶을 조금이라고 덜고자 그이는 파출부다 뭐다 하면서 살길을 찾아나서다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에 커다란 장애를 입고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이는 그렇게 이 땅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닥칠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해 두 딸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딱한 사정이었다. 우리 사무실에서 무료로 그냥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산재신청을 하였으나 불승인 받고 소송을 진행했다. 뇌혈관, 심혈관계 사망 사건은 산재 받기가 아주 어려운 사건 중의 하나이다. 실제 행정소송에서 승소율은 2%라는 통계가 있다.
근데 법원이 아주 훌륭한 판단을 해줬다. "망인의 근무형태는 주야간 2교대제 근무로서 그 자체로 사람의 신체리듬에 반하는 면이 있는데다 야간근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최소 2주 이상의 야간근무가 필요한데 격주 단위로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함으로써 비인간적 근로조건에 있었고, 24시간 가량 근무할 때도 있었고, 주6일 근무제로 휴무일도 많지 않아 피로누적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물론 피재자는 약간의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이 있었다. 그러나 산재 여부는 일반 평균인의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고 판단함으로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두5794 등 다수의 판결) 피재자에게 유리한 조건이 있었다. 기존 질병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되거나 촉발되었다면 건강한 사람보다 산재가 인정될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피재자는 격주 2교대 근무로 인해 최소한 월 100시간의 시간외 근로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교대자가 나오지 않거나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24시간을 연속으로 근무해야 했다. 사망전 3개월 동안 최대 월 148시간의 시간외 근무를 하였던 것이다. 근로복지 공단의 자문의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대한의사협회, 부산대학교병원은 근로복지 공단의 편을 들어 피재자의 사망이 업무상 관련이 없다고 주장을 하였지만 법원은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의 산업의학과의 진료감정을 신빙하였고 주되게 주야 2교대 근무의 “비인간적 근로 형태”를 지적하면서 34세에 요절한 노동자는 과로 이외에 달리 사망의 원인이 없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판결과 다른 판결들도 있다. 대부분의 논거가 이미 주야 2교대에 신체가 적응하였다고 하면서 별다른 과로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 적응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야간 노동이 수명을 13년 이상 단축 시킨다는 독일 의학계의 연구결과도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40세 이상의 노동자들의 야간 노동을 금지 시키도록 권고하고 있다. 나아가 서구유럽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1914년 1차 세계 대전이후 야간 노동을 완전히 철폐시켰다. 물론 자본가의 선심에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아주 강력한 투쟁과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성립에 따른 자본의 양보였던 것이다. 야간 노동은 최소 2주간의 시차를 두더라도 그것 자체가 인간의 자연적인 신체리듬에 반하는 것이다. 그것은 절대로 신체 적응이 될 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피로 누적만을 가져오고 그로 인해 수명을 단축시킬 뿐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전근대적인 야간 노동이 사라지지 않고 있을까. 물론 자본의 탐욕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별다른 설비 투자나 노동자의 새로운 고용 없이 최대한 노동력을 착취할 수가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허나 난 노동자들의 이기심을 또한 지적하고 싶다. 야간근로는 할증임금이 붙는다. 임금구조가 그렇게 짜여진 것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다. 더 많은 임금을 위해, 시간외 노동, 야간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본은 이러한 노동자들의 상태를 너무나 잘 이용한다. 시간외 노동을 시키지 않은 것을 일종의 징계 수단으로 삼는다. 왜 나만 시간외 근로를 시키지 않는가 하는 불만은 늘상 들어온 불만 중의 하나다. 그리고 노동조합 대의원 선거때 시간외 노동을 잘 따오겠다는 하는 대의원을 뽑아 주는 일을 비일비재한 일 중의 하나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창출의 문제는 노동자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노동시간 단축이 되면 임금이 삭감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 노동자들은 임금이 삭감될까 전전긍긍하면서 장시간 노동을 선호한다. 할증임금 붙는 장시간 노동. 노동운동이 그리 발달하지 않는 후진국들도 연간 2,000시간을 넘지 않는데 노동운동이 그나마 있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연간 2,300시간의 세계 최장시간의 노동시간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자본의 탐욕과 그리고 이에 부화뇌동하는 노동자들의 이기심이 합작한 결과물이다.
필자가 소개하는 판결 (부산지방법원 20011. 11. 12. 선고 2009구단2539 판결, 부산고등법원 2012. 12. 26. 선고 2011누4213 판결)은 2013. 1. 17에 확정되었다. 무려 사망한지 6년이 다 되어서야 종결 되었다. 이 사실을 유족에게 알려주는데 그이는 설움에 복받쳤는지 엉엉 울기만 했다. 나도 울었다. 그이는 사망할 때까지 월 130만원의 유족 연금을 받는다. 그이에게 이것이 삶에 작은 희망이라도 됐으면한다. 허나 이런 슬픈 이야기는 이 땅에 전근대적인 야간 노동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노동형제들이여 아무리 할증임금이 있다 하더라도 돈과 목숨을 바꿀 순 없지 않는가. 야간 노동 철폐는 당신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야간노동 철폐의 그날을 위해 투쟁!!!!!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