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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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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호]용접 작업은 노동자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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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작업의 위험은 사고의 위험이며 다른 하나는 직업병의 위험이다. 주변에서 도장 작업이나 인화성 물질 취급이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 불꽃에 의한 화재나 폭발의 위험,(특히 염소계 물질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포스겐’이라는 유해물질을 발생시킨다.) 피복 아크 용접봉의 경우 피복 손상부와 용접홀더의 파손된 부분 및 용접 홀더선 피복 손상으로 인해 감전의 위험 그리고 용접 흄 유해가스 및 유해광선과 소음 고열에 의한 문제, 밀폐 장소에서의 산소 결핍, 그리고 용접 작업에 의한 화상과 부적절한 작업 자세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성 등 매우 복합적이다.
특히 용접 흄의 발생량은 용접법과 용접봉의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용접의 전류와 전압이 증가할 수록 흄 발생량을 증가 시키며, 직류용접 보다는 교류 용접이 흄 발생량을 낮추며, 보호 가스내 산소 함량과 유속 그리고 용접봉과 숙련도 및 용접 시 각도 등이 용접 흄 발생량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용접 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생산성을 이유로 용접의 전류와 전압을 세게 하여 용접을 하게 하여 용접 흄의 발생량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용접 흄이 건강에 치명적인 이유는 바로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서 작업자의 폐까지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용접 흄에는 각종 유해인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철, 크롬, 니켈, 알루미늄, 카드뮴, 구리, 망간, 납, 아연 그리고 불소, 오존, 질소 산화물, 일산화탄소, 포스겐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용접을 하는 모재에 도장이 되어 있거나 스텐으로 되어 있으면 그 모재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용접봉 및 용접 모재 등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결국 위와 같은 성분들이 폐까지 침투한다면 당연히 노동자의 건강에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으며 급기야 각종 암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용접 작업의 위험성 잘 알려진 것에 비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용접 작업 시 제대로 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하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작업을 시키고 있으며 그로 인해 용접을 하는 노동자들 또는 그 주위에 있는 노동자들이 용접으로 인한 각종 위험에 방치된 채 일을 하고 있다.
한 노동자가 찾아왔는데 그 사업장에서는 스텐 용접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용접 흄이 외부로 빠져 나가지도 않고 작업장 안쪽으로 날려 작업장을 오염 시킨다는 것이다. 혹시 그 작업장에 지금 환기 장치는 설치되어 있는지를 물어 봤지만 환기 장치는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고 바로 벽면에 창문이 있다고만 하였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곳의 상황을 잠시 상상해 보았다. 아마 공장 벽을 타고 바람이 들어와서 용접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용접 흄이 공중에 떠 있다가 그 바람을 타고 다시 전 공장으로 확산되는 것 같았다.
얼마 뒤 작업현장을 방문을 하였다. 용접을 하는 작업자들에게는 방진 마스크만 지급되어 있을 뿐 환기 장치는 전혀 없었다. 스텐 용접은 6가 크롬 등이 함유 되어 있기 때문에 작업자에게 상당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곳에서는 사내 하청 노동자들 10여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특히 지붕 구조도 환기에 방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용접 작업장 바로 옆에 창문이 있지만 창문은 닫혀 있었다. 아마 겨울이라서 작업자들이 추위 때문에 닫아 놓은 것 같았다. 오히려 창문이 닫혀있는 것이 더 낳을 것 같았다. 창문이 열리면 그것이 더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결국 그 용접 흄은 직접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 주위에서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용접을 하는 노동자들은 방진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 주위 작업자들은 그 어떤 호흡기 보호구도 착용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스텐 용접 흄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이 작업장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한가지는 해당 작업장을 부스화 시켜 버리고 국소 배기를 설치하는 방법을 선택하거나 또 다른 한가지는 작업공간이 여유가 된다면 해당 작업장을 외부로 빼 내고 가 건물을 지어서 그곳에서 직접 환기를 실시하는 방법이다.
비단 이 사업장 뿐 아니라 다른 중소 영세 사업장들의 경우에도 용접 작업을 할 때 제대로 된 환기 장치나 안전상의 조치 없이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사실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용접 작업의 위험은 크기 때문에 단순히 방진 마스크 등 호흡기 보호구만 제대로 지급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 용접 작업을 30년 가까이 하다가 ‘비인두암’에 걸린 노동자를 알게 되었다. 이 노동자는 지금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노동자의 경우 어떤 용접봉을 사용했는지를 확인할 길이 현재로서는 없다. 왜냐하면 그 사업장에 대한 과거 기록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의 개인 건강 검진 기록과 작업환경측정 기록 그리고 용접봉에 대한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만이 있다. 용접 작업으로 인한 각종 직업병 문제는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용접봉 재료를 사용했냐와 어떤 모재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직업병의 인정도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용접을 했다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용접봉과 어떤 모재를 사용했는지도 함께 검토하지 않으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과거에 어떤 용접을 했는지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막연히 그런 용접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 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보다 더 열악한 작업환경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작업환경측정 노출 보다 더 많이 흄에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그런데 이는 추정일 뿐 확실한 증거는 아니기 때문에 입증하기가 매우 까다롭기만 한다.
용접 작업이 무서운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용접 작업으로 인하여 병으로 인한 고통이 개인에게 가장 큰 것이라면 두 번째로는 그것을 산업재해로 인정 받는 과정 자체도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병원에서 치료에 전념해야 할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인정 받기 위해서 과거의 구체적인 일까지 기억하고 자료를 찾아내야 하는 것 개인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의 짐을 지우는 것이다. 용접 작업으로 인한 직업병은 용접 작업을 시작한 후 한참이 지나서야 찾아 온다. 직업병의 경우 대부분 그렇다. 이러한 이중삼중의 고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용접 작업 시 작업환경 개선을 사업주에게 요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어렵다고 해서 넘어 간다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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