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5세인 전모씨는 축전지 회사에서 납으로 된 극판쌓기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는 담배를 하지 못하고 술은 거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납극판사이에 격리판을 쌓는 작업을 하면서 격리판에 포함된 유리섬유 분진이 피부를 계속 자극하였고 납 분진이 작업장 전체를 떠돌고 있었습니다.
작년 하반기 건강검진에서 흉부방사선에서 이상소견이 나왔으나 그냥 지내시다가 감기증세로 병원을 갔더니 폐암이라는 날벼락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폐암의 가장 큰 위험인자인 흡연을 하지 않는 그로서는 자신의 작업에서 폭로되는 납과 유리섬유가 폐암을 일으켰다고 생각을 하고 요양신청을 하였습니다.
과연 전모씨는 요양승인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직업성 암같은 경우는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안전공단 직업병 진단회의에서 작업관련성 여부를 판단합니다. 여기서는 역학조사, 산업의학적 조사 등을 통해 폭로된 물질이 발암물질인지, 발암물질이더라도 폭로가 충분한지, 폭로 물질의 발암성에 대한 다른 나라의 연구 보고를 검토하여 결정을 합니다. 현재 발암물질로 인정이 되고 있는 것은 석면, 벤젠, 크롬, 니켈, 유리규산, 방사선, 다핵방향족 탄화수소 등입니다.
석면의 경우 과거에 선박의 배관, 보일러, 건축용 배관, 단열재에 포함되어 폭로된 과거력이 있는 경우 대체로 인정이 되는 편이고 주물작업의 경우도 유리규산과 다핵방향족 탄화수소, 크롬 등의 폭로가 있을 경우 인정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석유화학, 도장작업 등에서의 벤젠 노출에 의한 백혈병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암 중에서는 폐암과 백혈병이 가장 많이 인정되고 그 외에 위암, 간암 등은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암이라고 하는 것은 직업적 혹은 환경적 물질에 의해 유전자가 변이되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것으로 아직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암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직업적 원인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작업현장은 노동자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유해물질을 마구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환경오염이 암증가에 기여한다고 하면서 직업적 관련을 부인합니다. 그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 환경오염물질은 어디에서 생겨나고 있습니까? 바로 여러분의 작업현장입니다. 그리고 소비자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 자동차같은 생산품입니다. 결국 근본적으로 유해물질이 통제되지 않는 현장과 그 현장의 생산품이 노동자들과 노동자들의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전모씨는 산업안전공단에서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납은 발암성이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은 물질이고 유리섬유는 최근에 발암성이 없는 물질로 규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연구가 부족한 의학적 한계에 따른 결과이지 관련이 없다는 확정적 결론은 아닙니다. 아니 우리는 전모씨가 작업에 의해, 그리고 작업 현장에서 기인한 유해 환경물질에 의해 폐암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서류로 작업관련성을 검토하는 그들보다는 매일 먼지 마시며 일을 하는 우리가 현장에 있어서는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의학적 한계 때문에 불승인되었다고 낙심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한명의 노동자가 작업성 암이 생기지 않기 위해 시급히 노동자 건강체계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과거 여천공단에 백혈병 역학조사를 위한 대책을 확보하고도 실제 조사과정에 참여하지 못해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경험을 보면서 노동자가 스스로 건강주체로 나설 때 이러한 것이 가능함을 뼈저리게 느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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