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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추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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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일방적인 배치전환으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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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얼굴로 재해자의 부인과 동료가 함께 상담을 하러 오셨다. 담담하게 이야기 하려 노력하지만 힘들게 이야기를 꺼내는 부인에게서 이것저것 지난 이야기를 들춰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재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하던중에 가족에게 발견되어 무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식물인간상태로 회복의 가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평범한 가정의 아버지로 가장으로 나무랄 것 없이 살아온 남편이 어느 순간 식물인간상태에 놓여져 있는 상황에 하늘이 무너진 듯 부인은 목이 메였다.
재해자 C씨에게 문제가 발생한 것은 00회사에 입사하여 20년간 기계작업을 하던 중 2009년 5월 전환배치가 있은 이후라고 했다. 배치전환 이후 전혀 새로운 업무로 전향된 C씨는 업무로 인한 급격한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시도하였다는 것이다.
C씨에게 배치전환이 있을 무렵 회사 전체적인 물량은 줄었으나 재해자 부서의 물량이 많아 기존 2조 2교대로 작업하던 것이 3조 3교대로 바뀌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기존 조장 체계에 더해서 리더를 두게 되어 기존의 조장은 하나의 조를 맡게 되었고, 나머지 2개조에 각각 리더를 배치하여 업무를 관장하게 된 것이다.
회사에서는 재해자에게 리더를 맡으라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기계만 잡아온 재해자로서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리더직에 대한 큰 부담을 느낀 재해자는 본인을 제외한 다른 동료들에게 리더를 맡겨 달라고 하면서 거듭 거절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계속된 설득으로 결국 리더로 인사발령이 난 것이다. 재해자는 리더를 맡을 수 밖에 없다는 부담감에 몇일 간 잠을 못 이루었다고 했다.
결국 리더를 맡았지만 업무에 대한 부담으로 수 차례 회사 상사에게 리더를 맡지 못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하루 하루 압박해 왔고 공정 이동이 된 작업자에게 새롭게 일을 가르쳐야 했지만 사실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로 인한 불량발생은 고스란히 재해자가 처리할 몫이 되었다. 리더를 맡게 되면서 재해자가 20년간 해오던 일과는 달리 전혀 새로운 기계에 대해 알아야 했다. 리더를 맡기 전에는 일반 작업자로서 자기가 맡은 일만 하면 되고 설비의 고장이나 품질에 대한 부분에서 책임을 크게 가질 부분이 없었으나 리더를 맡음으로써 일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배치전환 후 매일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말이 없어지는 등 이상증세가 나타난 재해자에게 부인은 너무 힘들면 다른 일을 찾아 보자고 했다. 또한 회사 내에서도 모임을 갖는 등 친하던 동료들과도 말이 없어지고 3교대를 하느라 가끔 하던 모임에도 빠지게 되었다.
결국 업무 부담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던 재해자는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가족들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다. 2009년 6월 15일 병원에서 불면증과 회사일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상담을 하게 되었다. 재해자는 그 후로도 병원을 계속 다녔지만 불면과 우울의 근본적 원인이 되었던 회사의 내부 갈등 요인이 제거되지 않다 보니 더욱 증세가 악화되었다.
증상이 악화된 후 회사에서도 상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리더직을 그만두라고 하였다. 하지만 리더 직을 그만 둔 이후에도 한번 발병한 불면과 우울증은 낫지 않고 더욱 심해져 간 것이다. 가족들은 병원과 한의원을 오가며 재해자의 병을 치료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결국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재해자는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재해가 발생한 후 주위 동료들은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에 C씨의 재해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산재임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회사에 산재신청을 요구 하였으나 회사는 끝내 날인을 거부하며 인정을 하지 않았다. 작업변경을 거부하는 재해자에게 억지로 새로운 업무로 전환을 시켜 우울증에 빠지게 한 회사는 결국 재해자와 그 가족의 삶까지 짓밟은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개인의 취약성과 있지도 않은 다른 환경적 요인을 운운하며 산재인정을 하지 않았다. 그로인한 문제점을 들어 재심청구 하였으나 그마져도 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재해자는 지난 20년간 회사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동료관계도 좋았으며, 특히 기계에 대한 이해가 높고 대인관계도 좋다보니 회사에서도 이를 인정하여 리더라는 직책을 맡긴 것이다. 만약 재해자의 개인적 성격 문제라면 이 사건 이전부터 회사 생활에 대한 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 이전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생활을 해 왔으며 배치전환 이후부터 단기간 내에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산재법에는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라고 되어있다. 그러나 정작 재해가 발생 되었을 때에는 개인의 취약성을 운운하며 업무상 스트레스를 인정하지 않아 재해자와 그 가족까지 힘겨운 생활을 이어 나가야 하는 현실에 있다.
평소 함께 수영을 하고 산책을 하며 다정하던 아버지가 죽음의 직전에 있는 모습을 발견한 9살 난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저린다.
힘을 내라는 동료의 말에 “힘 냅니다. 아이들을 봐서라도 내가 힘을 내야지요” 하는 부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 땅의 법이 노동자를 얼마나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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