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


		교육편집팀

		[62호] “끊임없이 기다린 결과가 변경승인이네요”

“끊임없이 기다린 결과가 변경승인이네요”
- 시티즌정밀지회 오숙자 -

구름 한점 없는 가을 하늘은 맑기만 한데 내 마음 한구석은 뭔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가 도사리고 있는 느낌이 항상 떠나질 않는다.
여념없이 하루 하루 세월이 흘러가고 있고 나 역시나 물리치료 및 운동을 병행해 가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실 이런 부탁을 받았지만 글을 쓴다는 자체가 나에게 부담이고 글을 써본적이 없어서 뭘 어떻게 써야 될지 모르겠다.
산추련, 지부 산안부장님을 비롯하여 전 현직 산안관련 간부님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계시는 걸, 지면으로나마 감사를 드리고 비록 몸은 안 따라 주지만 마음만은 항상 함께 한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그러니깐 작년 이맘때 쯤 한참 바쁘게 다람쥐 체바퀴 돌 듯 정신없이 일에 미쳐있었다. 근무 경력 16년째 뒤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나의 작업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작업인이 회사의 다기능화라는 방침아래 U자라인 도입과 어떤 사정으로 인한 빈자리를 언제든지 채울 수 있는 배치전환은 서서히 전염병처럼 번져 관례화 되버린지 오래된 것 같다.
그래서 저는 Q.C 공정에서 시계줄을 도금 후 지그에서 제품을 빼서 뺀 제품을 양/불량 선별(검사)를 한다. 양품은 쇠대에 끼워 다시 제품의 유연성을 가하기 위해 EVA를 하고 난 후, 지그의 쇠대에 끼워진 제품에 오물을 닦으면서 2차 양/불량 선별과 동시에 셋팅을 채워서 다음 공정으로 넘기는 작업이다. 한 공정이지만 일의 종류도 많고, 제품의 재질과 상태에 따라 손가락 힘주기가 다르고 모든 작업이 100% 손가락을 이용해서 반복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손 전체에 무리가 따른다.

2005년 11월 경 제품을 지그에서 뺄때와 오물을 닦을 때에 통증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이거니 생각했지만 계속 손가락이 당길때 제껴질때 통증은 계속되고 급기야 손바닥 전체로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12월 한방 치료를 몇 차례 받았지만 통증은 가라 앉지 않았고 병원에 가자니 쉽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아침에 눈 뜨면 손가락은 휘어진채로 굳어져 펴지질 않았다. 구부렸다 펴면 목탁두드리듯 똑닥 똑닥 소리가 났다. 작업 동료 및 주위 사람들은 오래 놔두면 신경이 죽는다는 말에 덜컥 겁이나 3월 경 병원을 찾았고 검사와 약물 치료 및 물리치료를 받았고 작업을 하면서 치료를 받다 보니 더 심해지기만 했다.
4월 경부터 본격적인 치료를하게 되었다. 나를 치료하고 있던 모 병원 의사는 이것까지고 산재를 하냐고 의아에 했다.
그런데 이것 저것을 떠나서 치료를 해서 낫거나 수술을 해도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진단 내용이었다.
마음을 정할 수 없었고 그래도 내가 꾸준하게 치료를 한다면 하늘도 무심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고 일상 활동과 생활도 힘들었다. 왼손을 기부스를 하고 왼손 4개의 손가락 일부분과 오른손만으로 일을 했다.
7월경 오른손마저 통증이 발생하여 진단 결과 똑 같은 증세로 진단을 받았고, 양손 모두 약물 치료 및 물리치료를 회사에 요구했지만 더 이상 무리라는 사측의 말에 산재요양 신청을 하게 되었다.
어느 누구도 산재승인의 장담은 없었다.
7월 27일 회사 일을 접고 통원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8월 8일 사측의 날인을 받고 산재요양 신청서 접수 확인을 하였다. 진단명은 양측 무지 방아쇠 수지와 수부 염좌였다.
담당 주치의가 같은 병명의 환자가 2명이 수술 후 요양 신청을 했지만 불승인이 되었다는 말에 나 역시도 장담할 수 없었다. 게임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우울증이 동반되었다. 집과 병원 밖에 몰랐다. 일상생활이 힘들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멍청하게 앉아 있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어버렸다. 하물며 책을 읽고 싶어 책장을 넘겨도 손바닥 전체 통증이 유발되어 괴로웠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멀다하고 활동 영역이 좁아져서인지 살이 찌기 시작했고 몸 전체가 아프기 시작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자문을 구한 후 운동을 시작했고 살이 쉽게 빠지진 않았지만 노력을 하였다.
8월 22일 공단에서 날 10시에 조사 받으러 오라고 해서 갔지만 일의 종류가 많다 보니 정리가 안되는지 귀찮은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다시 하기로 하고 이왕 왔으니깐 종이 몇장을 주며 대신 ‘근골격계 질환 기초 조사 설문지‘ 작성이라도 하고 가라고 해서 작성을 다하고 나니 이것만 해도 큰 차이는 없을 거라며 이젠 돌아가도 된다는 거였다. 할 말이 많으니 다시 빠른 사일내에 조사에 연락해 달라고 하고 공단을 나섰다.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9월 12일 공단에 항의 방문차 담당자를 만났다. 어떻게 되었냐는 질문에 안그래도 내일 날짜 자문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담당자가 12일부터 바뀐 것을 알 수 있었다. 함께 있던 동지들이 항의를 하였다. 자문 받는 하루 전날 바뀐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아직 문제의 내용 검토가 안된 상태였고 크게 변동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정확한 것은 자문을 받아 봐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또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담당자가 일주일간 교육을 갔다는 것을 다른 직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10월 2일 담당자와 통화 후 조사 받으러 오라고 해서 경위서외 추가 문답을 정리했다. 공단에 확인차 전화하였는데 담당자는 왜 염좌를 넣었냐는 것이었다. 즉, 사고 및 다쳤을 때 염좌가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작업시 지그가 안빠질 때 밑에서 위로 손바닥을 이용해서 치는 경우도 있다고 했더니 방아쇠 수지는 작업과의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염좌하고는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이쯤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자문의사 협의회 개최를 거론해서 고민이 되었다. 산추련 동지와 고민을 한 결과 자문의사 협의회에 가기로 했다.
10월 11일 자문의사 협의회가 5시 30분에 잡혀 있었지만 예상외로 지연되어 6시가 다되어 들어갈 수 있었다.
내 차례가 다 되어 들어서니 박사라는 사람과 의료 관계자 등 5명 정도 질문을 하였다. 어떻게 아픈지와 치료 방법 그리고 치료 기간 및 발병 시기 근속 년수 어떤 일을 하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현재 치료 받는 병원에 대해서도 물었다. 특히 근육 주사를 많이 맞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협의회 장을 빠져 나왔다.

보통 협의회 결과는 그 다음날 확인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답답해서 연락을 했더니 또 교육을 갔다고 하며 10월 16일 출근을 한다는 것이었다. 통화를 하는 도중 전화상으로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야 겠으니 공단으로 방문을 해 달라고 해서 10월 17일 9시 30분 경 담당자는 나보고 오해 없이 들어달라고 하였다.
즉, 협의회 결과 병명은 방아쇠 수지이나 방아쇠 수지는 일부분이며 손 전체 건초염이면 방아쇠 수지는 일부분이므로 건초염으로 손 전체를 치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혹 수술이 필요하면 수술도 가능하고 좀 더 큰 병원 가서 치료를 해도 된다며 광범위하게 치료를 해야 한다는 자문의사 선생님들의 결론에 의해 건초염으로 변경승인 한다는 것이었다.
10월 24일 병원에서 산재 승인을 통보 받았다.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손발을 사용하지 않고는 생활하기 힘든 것 같다. 현재 옷을 입을 때도 손가락이 당김과 동시에 통증이 온다. 너무나 제발이 쉽게 온다. 이래 저래 고민하고 물어봐도 별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다. 안쓰면 낫는다는 말도 거짓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