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산추련 |
|
 |
|
[72호]도급으로 일하다 다쳤다는 이유로 산재불승인 |
|
한 평생 용접 작업을 하면서 살아왔다는 한 노동자가 찾아 왔다. 용접작업을 했는데 용접 작업을 하는 도중 사고가 발생하여 각막 흉터 및 혼탁, 접촉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얼른 보기에도 뭔가 눈에 초점이 맞지 않는 것이 상황이 안 좋아 보였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공상으로 병원비를 조금 지급하더니 치료가 길어지자 치료는 물론 산재 처리도 해주지 않아 본인이 신청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불승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명백히 재해 사실이 있는데 불승인이라니..
제출하였던 서류를 꼼꼼히 훝어 보았다.
그런데 창원에서 이름을 얘기하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서 하청 또 하청 하고도 그 밑에서 도급으로 일하다 다쳤다는 이유로 노동자 성을 인정받지 못해 불승인 처분 되어있었다.
도급 사업자면 노동자로 인정 받지 못하므로 같이 마음이 답답했다. 너무나 억울해 하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다 보니 사실 말이 도급이지 일당제 일용직이었다.
불승인 처분을 받은 노동자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20년간 흔히 말하는 일당바리로만 살았다는 것이다. 본인은 사업자 등록증도 없고 도급을 어떻게 받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지난번 일당으로 일을 한 회사에서 일하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 일당 용접사로 갔다가, 현장 소장이라는 사람이 형님 일당보다는 조금 더 받고 일하고 싶지 않느냐는 권유에 손사래를 쳤다고 했다. 평소처럼 용접기술자로 하루 일당만 잘 받아 가면 되는데 굳이 도급이다 뭐다 할 줄도 모르는 계약서까지 적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같이 일하러간 동료가 도급계약서에 사인을 했지만 그래도 평소와 달라진 것은 없었기 때문에 열심히 용접작업만 했을 뿐이었다. 별다르게 변한 것이 없으니 돈내기로 일을 빨리 끝내고 월급처럼 한꺼번에 일당을 받으면 되는 것이었다.
재해 노동자는 도급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고 흔히 말하는 돈내기 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일용직 노동자로 알고 회사에서 시키는 데로 작업을 하고 있다가 사고가 발생했는데 갑자가 저보고 사업주라고 이야기 하는게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3D업종인 용접 작업을 8월 13일 그 무더운 날 휴가도 가지 못하고 열심히 일하여 한 푼이라도 벌어 2명의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의 3자녀의 학비와 집사람의 암수술 후 요양비를 벌려고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다.
이 노동자는 본인에게 일을 하러 오라고 하고 작업지시를 한 관리자가 1차 하청인 주)BB 의 소장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 조사 결과는 1차 하청에서 재 하청을 받은 2차 하청 사업주라고 하는데 더욱 어이가 없는듯 했다.
여기서 도급이 정식 도급인지 확인 해 볼 필요가 있었다. 어떤 서류에 싸인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사업주로서 평등하게 맺어진 계약사항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 재 하도급이 사실상 계약에 의해 금지되어 있었다.
본사 (주)AA 에서 1차 하청 (주)BB로 하도급을 준 내용을 확인해 보니 (주)AA과 (주)BB는 계약(2009.6.25)을 하면서 이 건에 대한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1차 하청 (주)BB와 2차 하청업체인 CC 와의 계약(2009.5.10)을 하면서 역시 두 사업자간에는 재하도급을 주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재해자는 2차 하청인 CC업체에서 재 하도급을 한 것이다.
☐ 업무내용이 사실상 현장 소장의 지시에 의해 정해져 있으며, 구체적 작업 지시를 받고 있었다.
재해 노동자는 도급계약으로 하나의 사업체를 구성한 것이 아니었고, 사실상 (주)BB에 의해 작업 관리를 받고 있었다. 현장 소장의 지시하에 사상 작업이나 물량의 크레인 작업 뒤집기 및 단도리(기초 작업) 작업등 작업을 직접 지시하면 그에 따라 작업을 해왔던 것이다.
회사에서는 작업 기일을 맞추기 위해 진행 상황을 체크하였으며, 이로 인해 일을 빨리 마무리 하려고 몸이 피곤해도 억지로 일 하였다고 한다.
작업에 필요한 비품 원자재 작업도구도 일당 작업을 할 때와 다름없이 하청업체에서 받아 사용하였다.
☐ 산재발생 시 (주)BB 에서 공상 처리 강요하였다.
산재가 발생 하고 난 후 (주)BB에서 공상 처리를 해주었다. 산재로 처리하면 본사와 하도급 계약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공상 처리를 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치료를 받았으나 눈이 점점 안보이고 자고나면 온 얼굴에 피고름 투성이가 되어 지인의 소개로 내원한 병원에서 2차 감염이 우려된다고 하여 입원치료를 받았다. 치료 도중 하청업체의 관리자 들로 부터 계속 공상으로 처리하라고 강요받았다고 한다.
단순히 하도급 관계였다면 (주)○○에서 공상 처리를 해줄 이유가 없었을 테고 계속적인 공상 처리를 강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단순 하도급 관계가 아님을 명백히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증상 악화로 산재처리를 요구하니 갑자기 본인과의 관계는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라고 입장을 바꾼 것이니다. 이는 산안법 상 산재 은폐에 해당하는 불법적 행위 인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재해자의 구체적인 업무와 법률적 노동자 성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않고 단순 몇장의 서류와 사업주가 제출한 내용을 근거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 하였다. 회사에서는 법을 악용하여 산재보험, 의료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을 들지 않으려고 온갖 불법, 편법 고용을 유도하는 일을 일삼고 있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회사의 행태를 뻔히 알면서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이 있을 때에만 작업을 하러 간다. 일을 하러 갈 때 돈을 한꺼번에 받을 건지 아니면 하루 일당으로 받을 것인지를 정하는 뿐이다.
요즘 노동자들을 보면 파트타임, 일용직, 파견 등등 무슨 백화점 상품도 아니고 가지각색의 이름을 붙여 교묘히 사용자의 책임이 회피 되고 있다. 법을 잘 알지 못하는 노동자를 구슬리고 억압하며 몇 번째 하청인지도 모르게 사이사이 이윤을 착취해 나가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실질적 종속관계에서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취업자를 말한다. 그것이 일용직이든 파트타임이든 교묘히 씌워놓은 도급계약자라 하더라도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으며 종속관계에서 행해지는 노동이라면 당연히 노동자로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지금도 어느 사업장에서는 하도급을 받아 일당보다 좀 더 챙겨가라며 자본의 검의 손들이 노동자들의 목을 움켜쥐고 있을 것이다. 하루 빨리 사내 하도급을 금지하고 노동자들이 동등하게 노동할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할 것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