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노동자가 당한 해고
산재처리는 커녕 자녀까지 도장찍게 하고 각서를 빌미로 해고한 사례 창원의 ○○특수강에서 근무하던 ㅂ씨는 1981년에 회사에 입사하여 3교대 근무, 2교대 근무등을 마다하지 않고 10여년을 근무해 왔다. 이런 고된 근무로 인해 1992년에 본태성 고혈압으로 진단받고 휴직을 한 적도 있다. 이에 회사에서는 ㅂ씨를 주간 경비원으로 전출시켜 10여년간 경비원으로 근무해 왔다.
ㅂ씨는 그 후 몇차례 병원의 진단으로 고혈압으로 휴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휴직은 대부분 회사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졌다. 다시 업무에 복귀할 때는 회사의 요구로 ㅂ씨는 ‘각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각서의 내용은 ‘향후 본인의 질병인 고혈압으로 인하여 병세가 악화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회사가 보건상 필요한 조치 불이행이나 무관심에 대한 결과가 아님을 인정하고, 차후 고혈압으로 인한 문제가 다시 발생할 경우 회사의 어떠한 조치에도 따를 것이고,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겠으며, 본인의 질병관리 부실로 고혈압이 악화되어 발생되는 사사고에 대하여는 어떤한 법적(민사,형사) 도덕적인 문제를 제기치않는다’ 였다.
1999년도 복직시 제출한 각서에는 ‘의사진단서에 준한 병명으로 인한 사고에 대하여 본인 및 가족은 모든 책임을 질것이며 회사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 는 내용으로 심지어 부인과 자녀까지 날인케 하여 공증까지 받기도 하였다.
각서의 내용중에 ‘향후 위 상병에 대하여 회사에서 실시하는 월 2회 의사 상담결과 혈압이 110∼170mmHg으로 3회 이상 지속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45조(질병자의 근로금지, 제한)에 의거 회사의 처분(해고, 면직,기타등)에 대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고 역시 자녀와 부인까지 날인케 하였다.
결국 ㅂ씨는 이 각서 내용에 의해 2001년도 혈압측정에서 ‘110∼170mmHg’이상이 3회 이상 되자 이를 이유로 면직되었다. ㅂ씨는 고혈압 진단을 받은 이래, 당시 업무인 경비업무를 못할 정도였던 것은 아니었다. 10년정도를 별탈 없이 근무해 왔고, 해고 당시에도 이전 10년간 근무해왔듯이 정상근무가 가능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당시 구조조정으로 경비업무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ㅂ씨를 제외한 경비는 생산공정으로 전환배치하거나 희망퇴직케 하였다. 사실상 ㅂ씨를 해고한 것은 ㅂ씨의 고혈압때문이 아니라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고혈압과 각서를 빌미로해서 해고한 것이었다. 이 상담에서 몇가지 문제를 정리해 보았다. 첫째, ㅂ씨의 질병 발생과 악화는 회사 근무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ㅂ씨는 회사 입사당시에는 건강했는데도 10여년을 2교대, 3교대 근무를 무리하게 하면서 고혈압이라는 상병이 발생, 악화 된 것이다. 2교대, 3교대 근무 심지어는 교대자 결근, 또 잔업으로 1일 근로시간이 16시간인 경우가 많았고, 불규칙한 수면, 식사, 굉장한 소음, 작업장 환경 등으로 인하여 상병이 발생한 것으로 이에 대한 치료와 보호를 회사는 하였어야 한다. 둘째, 회사는 질병 진단 시 휴직 명령을 할 것이 아니라, ㅂ씨 보호를 위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의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신청을 하여 ㅂ씨가 질병치료와 노동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계속 개인 질병으로 치료하게 하여 ㅂ씨는 안정되게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셋째,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질병자 근로금지, 제한등을 이유로 각서를 받고 해고하기까지 하였는데, ㅂ씨는 여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자가 적절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노동자의 생명보전과 안전 및 조건을 유지 증진하도록 해야하는 의무를 외면하고, 오히려 거꾸로 질병자를 해고하였다. 작업으로 질병이나 재해가 발생되지 않게 하고, 발생한 경우는 산재보상보험법에 의거 안정된 치료를 하도록 해야하는 사업주의 의무를 위반하고 질병자를 해고하였으며, 심지어 각서를 통해 심하게는 사망하는 사태가 일어나도 회사 책임이 없다는 책임회피에만 급급하였다. 넷째, 회사가 ㅂ씨에게 받은 각서는 사회통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관계법에 의거해서도 업무로 인한 질병발생 및 사상의 경우 그 책임이 있음에도 이에 반하는 각서를 쓰게하여 ㅂ씨가 오히려 더 불안하여 고혈압치료를 할 수 없도록 하였다. 더구나 부인 자녀까지 공증각서에 날인케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것은 기업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린것이며 오로지 양질의 건강한 노동력으로 이윤창출만 하겠다는 것이다. 다섯째, ㅂ씨가 각서를 쓴 적이 있고 면직이나 해고 처분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한 바 있지만, 이 각서는 강요한 것이고 내용까지 베껴 쓰라고 하여 쓴 각서이므로, 자발적인 것도 아니며, 각서의 내용상 사회질서나 통념에 반하는 내용으로 비도덕적인 각서이므로 이에 근거하여 면직처분한다는 것은 정당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ㅂ씨는 지방노동위원회 해고구제 신청에서도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하였으나, 중간에 회사와 합의 취하하고 말아서 복직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ㅂ씨는 고혈압 발생 당시 조합원이었으므로 노동조합의 도움을 얻어 업무상 요양신청을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그 뒤에라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는 노력을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산추련 회원활동을 하고 계신 공인노무사 최영주님이 글을 써주셨습니다.
ㅂ씨의 사례가 상대적으로 극단적인 사례로 보일 수는 있지만, 산재노동자의 해고문제는 산재노동자들의 공통적인 두려움입니다. 그래서 아픈 것을 숨긴채 일을 하기도 하고, 요양이 종결된 뒤 자신의 몸상태에 맞는 업무 전환배치를 제대로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재로 요양 중인 기간과 요양종결 후 한달동안은 해고를 할 수 없도록 근로기준법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이 기간동안 발생한 해고에 대해서는 노동부에 고발하면 됩니다.
그러나 대개 회사들은 요양종결 한달 후에는 교묘한 방법으로 산재노동자가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게 합니다. 산재로 인해 업무수행을 못한다는 이유로 해고를 할 수는 없으므로, 일을 주지않고 대기만 시킨다거나 여러 가지 심적 압력을 주면서 말이죠.
복직시 발생하는 문제는 반드시 노동조합과 함께 하시고, 심적부담이 크겠지만, 본인에게 맞는 업무 전환배치를 요구하면서 버티셔야 합니다. |
